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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을미년의 끝자락입니다. 끝은 돌아봄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합니다.

한 해 동안 사용했던 취재수첩을 넘겨보았습니다. 글씨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는데 지난 1년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시간보다 빠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 글을 쓰려하니 시간의 의미가 더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

오늘은 격의없이 독자들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사실 제 마음 한편에는 늘 긴장과 부담이 자리합니다. 영적인 관념을 소유한 종교를 향해 펜을 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실존 너머 존재하는 신념의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는 저널리즘의 시각으로 '팩트(fact)'의 정의나 기준을 논하는 게 무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민사회는 종교와 밀접합니다. 미주 한인 10명 중 7명이 기독교인이라는 통계(퓨리서치센터)도 있습니다. 그런 토양은 자칫 신념의 렌즈를 통해 친기독교적 기사만 '팩트'로 아니면 '오보(誤報)'로 인식하게 합니다.

입맛에 맞으면 좋은 글로 읽혀지고 아니면 나쁜 글로 여겨집니다. 교계의 자랑거리가 담긴 기사에는 신에게 영광이라며 찬사를 보내지만 치부를 드러낸 글을 쓰면 순식간에 '기독교 좌파'나 '신천지(개신교가 이단으로 지칭하는 단체)'로 의심받으며 비난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오늘날 사회에는 수많은 정보가 혼재합니다. 미디어의 발달과 소셜네트워크(SNS)의 보편화로 언론의 플랫폼은 다양화됐지만 반면 출처가 불분명하고 팩트 체크조차 되지 않은 뉴스 콘텐트도 난무합니다. 종교 관련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계의 기관 신문인지 저널리즘이 살아있는 언론인지 애매한 곳도 많습니다. 그만큼 각종 미디어가 난립하는 홍수의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정론(正論)의 가치를 따라 독자에게 믿고 마실만한 물(기사)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엄중한 의무입니다. 만약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면 피해는 결국 누가 입겠습니까. 바로 독자입니다.

솔직히 그러한 책임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론 욕설을 듣기도 하고 오해와 구설에 시달릴 때면 기자로서의 소신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며 내면의 갈등도 겪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압박감을 벗겨낼 수 있는 건 기자로서 갖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올 한해 종교면 어떻게 보셨습니까. 그 가치를 지면에 담는 과정에 있어 필력이 부족해 다소 서투른 부분이 있었다면 너그러운 이해와 양해를 구합니다. 대신 종교면 제작에 갖는 애정과 지면에 담긴 '진실' 만큼은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신문은 독자와 함께 소통하며 만드는 거라 생각합니다. 가치와 의미가 담길 수 있는 소식이라면 언제든지 펜과 취재수첩을 들고 달려가겠습니다.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건 기쁨이며 보람입니다. 그 설렘을 품고 저도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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