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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환자나 고객이 만만합니까?"

[LA중앙일보] 발행 2016/01/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1/14 22:26

"한의사가 만만합니까."

왜 20년 전의 일까지 꺼내 기사화했느냐고 화가 이만저만 아니다. 신년기획 시리즈 '당신은 전문가입니까' 첫 회본지 1월13일자 A-1.4면>로 보도된 한인 한의사 징계 실태 기사에 대한 항의 전화다.

물론 상대는 한의사라고 했다. 그런 전화가 항상 그렇듯 '잘못쓴 기사'라고 했다. 오래전 징계 기록을 마치 최근 일처럼 호도한 기사라고 했다. 또 전체 징계 한의사의 35%가 한인이라면 나머지 65%는 어떤 인종인지 왜 분석 안했냐고 따져 물었다.

사실 대답은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그 안에 다 들어있다. 하지만 읽는 이가 조금이라도 의문을 가졌다면 기사는 불친절한 것이 맞다. 항의하신 독자도 여러 명이었다. 물론 모두 한의사다. 그래서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 드리려 한다.

우선 기사는 '20년 전 기록'만을 꺼낸 것이 아니다. 정확한 의도는 '20년간의 징계 기록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징계받은 한의사만 보도하는 것은 오히려 더 쉽다. 하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까웠기에 품을 더 들였다. 게다가 '20년'은 기자가 임의로 정한 기간이 아니다. 한의사 면허를 관장하는 가주한의사위원회(CAB)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징계 기록이 지난 20년간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항의한 한의사들의 요구대로 최근 징계 기록만 분석했더라면 한인 한의사들의 문제점은 더 도드라진다. 20년간 CAB가 징계한 한인 한의사 75명 중 최근 5년간 처벌을 받은 자가 41%(30명)에 달한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 문제라는 뜻이다. 현재 CAB가 심의 중인 한인 한의사 P씨의 성추행건은 추하다. 여성 환자 D(33)씨를 진찰하면서 옷을 다 벗으라 한 뒤 가슴과 엉덩이를 30분간 주물렀다. '마사지로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쁜 기운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며 표현하기 힘든 엽기행각도 저질렀다. D씨는 수치심에 신고했고, 조사결과 P씨의 한의원은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

전체 징계 한의사 중 한인 이외의 인종들에 대해서도 '뜯어서' 설명하겠다. 기사는 크게 한인과 중국계 한의사를 비교했다. 20년간 전체 징계 한의사 215명 중 한인이 75명이고 중국계가 70명, 나머지가 70명이다. 한 한의사는 "고작 5명 많은 것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했다. 단순 수치로는 맞다. 하지만, 중국계 한의사가 한인 한의사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을 망각한 지적이다.

조목조목 설명하고 나니 기사가 부실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더 깊이, 더 철저히 쓰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오히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인 한의사이기 때문에 기사 작성시 객관성을 잃은 것은 아닌가 싶다.

이번 기사는 전문직 고발 시리즈의 첫탄이다. 앞으로 전문직별로 한인 징계 실태를 연재한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부동산 에이전트 등 대표적인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시리즈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인들에게는 전문가 선택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주고, 전문가들에게는 자정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 부분의 전문가도 다른 분야 전문가에겐 일반 고객이다.

물론 시리즈에 대한 우려는 알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실수가 자칫 전체의 잘못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걱정엔 공감한다. 그런데 같은 전문가랍시고 무조건 감싸고 도는 행위는 곤란하다. 한 한의사는 이번 기사에서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징계받은 한의사 16명을 두둔하기도 했다. "정당한 일은 아니지만, 오죽 돈벌이가 궁했으면 그런 일을 했겠나"라고 말이다.

그런 전문가들에게는 이번 시리즈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시리즈는 1회부터 마지막 편까지 한 가지 질문만 되풀이할 계획이다. "환자가, 고객이 만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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