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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사생활' 숨길 곳 없는 디지털 시대

"인터넷 없이 두세 달 동안 견딜 수 있겠어요?" 한 지인이 케이블 업체 직원으로부터 들었다는 '엄포성' 답변이다. 사연은 이렇다. 집에서 이용하는 TV.인터넷.전화 패키지 플랜의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 절약 방법을 고민하다 가입 업체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상담 직원과 이런저런 옵션에 대해 얘기를 하다 요금이 저렴한 플랜 한 가지를 찾았다. 그런데 해당 플랜을 선택하려면 인터넷 서비스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그 직원이 슬쩍 이런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순간 지인은 '비용'보다 '불편'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인터넷 서비스가 안 되면 갑갑한 세상이 됐다. 이젠 웬만한 사람도 간단한 은행업무부터 각종 공과금 납부, 쇼핑, 뉴스 검색, 영화 감상 정도는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인터넷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보편화 되고 있을 정도다. 그 뿐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SNS) 이용자 숫자도 엄청나다.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유출의 위험성이다. 개인 정보를 노리는 해킹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한번 당했던 피해자가 또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심지어 본인이 해킹을 당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킹 방지를 위해 복잡한 조합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고 보안 프로그램도 설치하지만 100% 안심은 어렵다.

합법적인 정보 빼가기도 있다.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마케팅 등에 활용하려는 의도다. 주요 검색어와 자주 접속하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 취미나 관심 사항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도 몇 차례 이용했던 인터넷 쇼핑몰의 광고가 수시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 찜찜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애플과 연방수사국(FBI) 간의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으로 디지털시대의 '사생활 보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 범위에 관한 것이 쟁점이다. 한쪽에서는 테러 등 국가안보나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면 '제한적 보호'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이고, 다른 쪽에서는 예외 없는 '절대적 보호'를 주장한다.

특히 이번에는 세계 최대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인 애플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FBI와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연히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주요 IT기업들은 애플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보수적 논객들과 사법기관 관계자들은 FBI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애플의 '거부'가 사업적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애플사가 매출액의 3분2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만약 애플이 FBI의 요구에 응했다가는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유럽시장 등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결정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고객 보호'를 위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수사기관과 법원 명령에 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갑론을박의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의회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상하원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이런 일은 업계나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개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보위 소속 의원들답게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각종 디지털 기기의 암호 해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결론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시대의 '사생활 보호' 개념에 변화가 올 것만은 분명하다.


김동필/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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