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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완패, 남은 대국도 알파고 이기기 힘들 것"

김명완 프로9단이 본 대국
이세돌 vs. 알파고 1국 분석·해설

미국에서 한국바둑을 알리고 있는 김명완 프로 9단은 이렇게 평가했다. 김명완 사범은 "결론적으로 이세돌 9단이 이번 5번기에서 알파고를 이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판 내지 두 판 정도는 이길 수 있겠지만 이미 첫 판을 진 상태에서 나머지 4국을 3승 1패로 이끌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명완 9단이 본 '이세돌 vs. 알파고 1국' 분석 및 해설이다.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7번째 착수에 평소에는 잘 나오지 않는 수를 둬 조금 비틀어 갔다. 알파고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만한 포석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다분히 알파고를 의식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좋은 수를 빠르게 찾아나갔다. 기계라는 것을 전혀 인식할 수 없을만한 진행이었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28번째 수에서 맞끊음으로 싸움을 걸면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여기에 약간 동요한 이세돌 9단은 작은 실수를 했고 46수부터 이미 바둑은 알파고에게 기울었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복기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있을 당시에는 알파고에게 많이 기울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알파고의 이후 수들을 분석한 결과 알파고는 자신이 이기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안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의 76번째 수가 놓였을 때는 한국기사 대부분이 알파고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중반전 이후 알파고가 실수로 보일만한 수를 몇 번 두긴 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보았을 때 실수였던 것이고 알파고 입장에서는 계속 유리한 상태였다. 프로기사가 보는 이길 수 있는 확률과 알파고가 보는 확률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102번째 수는 깜짝 놀랄만한 묘수였다. 그 수가 놓이기 전까지는 이세돌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 알파고는 좌하귀 쪽에서 부분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귀중한 선수를 잡아 먼저 우변에서 상대를 공격하면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알파고가 이런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알파고는 과연 몇 수 앞까지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둘 때는 선수의 가치를 잘 모르는 듯 보였다. 8일 대국에서는 선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모든 변화를 다 읽고 두는 듯했다. 알파고가 이세돌의 진영에 침입해 공격한 이후에는 이세돌이 마치 알파고의 손바둑 안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이세돌이 좋은 쪽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화는 찾지 못했다.

알파고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 마무리를 했다. 물론, 알파고가 계속 이기고 있는 상태였다. 바둑은 흑을 쥔 이세돌이 123수에서 큰 실수를 하면서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제대로 두었을 때와 비교하면 10여 집 정도를 손해 보았던 것이다. 정상급 레벨에서 이런 10여 집 손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바둑이 끝난 후에 제일 먼저 이세돌 스스로 지적했던 실수였다. 아마 알파고의 실력에 깜짝 놀란 이세돌이 심적으로 동요하지 않았나 싶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만한 쉬운 실수였다.

흑을 쥔 이세돌은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마지막까지 두지 못하고 중간에 기권을 한 것이다. 이를 불계라 한다. 이세돌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알파고의 사석을 조용히 바둑판 위에 하나 가져다 놓으면서 졌다는 표시를 했다. 대국을 시작한 지 약 3시간3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세돌에게 남은 시간은 28분28초였고 알파고의 남은 시간은 5분30초였다. 시간배분도 알파고가 더 잘했다.

이세돌이 돌을 던진 장면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세돌이 기권을 표시했을 때는 이미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은 없는 상태였다. 이세돌은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기 때문에 계속 두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이세돌 입장에서 본다면 바둑을 두는 내내 단 한 번도 이길 기회 없이 완패했다. 초반의 약간의 실수가 결국은 패착으로 연결됐다. 이런 완패의 대국내용은 이세돌 바둑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알파고가 어떻게 이렇게 바둑을 잘 둘 수 있는 지는 정말 미스터리다. 엄청난 컴퓨터 파워를 통한 계산은 알파고의 최대 장점이다. 바둑 내내 승기를 놓치지 않은 데에는 계산이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다. 계산은 물론, 수 읽기도 정확했다. 내용 면에서도 확실히 우세한 바둑을 보여줬다. 인간의 직관이냐 기계의 계산력이냐가 관전포인트였는데 직관도 상당히 정확하게 갖춘 것 같다.

이날 알파고는 지난해 판후이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그 알파고가 과연 맞나 싶을 정도의 대국을 보여줬다. 하긴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알파고의 한 달은 인간의 1000년이라고 하니 지난 5개월 동안 알파고는 5000년의 시간을 공부했던 것이다. 알파고는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런 알파고의 능력이 인간에게 득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 수도 있을까?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이세돌이 말했던 대로 인간이 기계를 이겨줬으면 한다. 이세돌이 바둑의 낭만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줬으면 한다.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날이 오겠지만 그날을 조금이라도 늦춰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세돌을 응원한다.

김명완 프로 9단은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7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에서 바둑공부를 했다. 1991년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바둑공부만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94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프로에 입단했다. 11전 전승. 80년 이후 처음 있는 기록. 프로 입단 당시 바둑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수 읽기가 정교하고 계산에 밝다고 평하며 이창호 9단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비교했다. 이세돌과 붙어 9전 6승 3패를 기록했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드물게 대학(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을 재수해 입학하고 졸업했다. 바둑 세계화 사업 차 2008년 미국에 왔다. 중앙일보 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아케이디아에 바둑센터를 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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