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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알파고 드립이 기막히지 말입니다

"이세'돌'과 '알'파고는 이름부터 천생 바둑기사네! "

아재개그 무색할 줌마개그를 질겅대며 슬로티비의 절정을 구사하는 바둑 중계를 다섯시간씩 지키고 버텼다. 나는 오목과 알까기밖에 모르는 바둑 무식자다. 이번 '세기의 대국'에서도 스타워즈의 마스코트 쓰리피오쯤 되는 인공지능 로봇이 바둑판 앞에 나와 번쩍이는 기계손 마디마디를 두두둑 움직일 줄 알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을 알건 모르건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대결이라는 역사적이며 지구적이며 범 우주적인 미션에 가슴 두근대지 않을 '인류'가 있을까? 다가올 미래, 언젠간 맞이해야 할 로봇 점령군의 시대 커밍순인가, 우리는 당할 것인가 당해낼 것인가 같은 두려움이 순간 찰나라도 일어나지 않은 심장이 있을까?

허풍과 과장과 호들갑을 죄다 섞어 시니컬하게 떠들고는 있지만, 바둑 명문 알파고의 인공지능 우등생과 신선계를 넘나드는 명품 인간 쎈돌님의 다섯차례 대국이 치러지던 지난 일주일,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이었던 미국과는 달리 대국 현장인 한국 사회는 허풍 아닌 진심으로 진지하게 들썩대는 듯했다. 인류 문명의 미래와 인간 능력의 한계와 위기, 인공지능과의 공생 혹은 관리법에 대해 수많은 미디어의 예언과 분석이 과하다 싶을 만큼 거듭 이어졌다.



하지만 그 많은 전망과 우려보다 오히려 나는 온라인의 열린 게시판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진 각종 '알파고 드립('애드리브' 에서 나온 인터넷 은어)'들이 이번 대국을 지켜보는 평범한 우리들의 속내와 한국의 사회 현실을 대변한다고 읽혀 관심이 갔다.

알파고가 강남 어디 있는 학교냐, 바둑 학원 왔더니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에 내기 걸고 있더라, 알파고무신과 알파고 바둑교실이 상표 등록했다는 가벼운 메신저 드립이 스타트를 끊었다.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은 전원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 유일하므로 알파고의 천적은 두꺼비집이라는 자조에, 강남엄마도 반한 알파고 학습법! 당신의 자녀를 딥러닝시키세요! 같은 광고 패러디에는 웃다가 헛헛했다.

이세돌이 4국에서 1승을 거둔 이후 유쾌하게 반전된 반응들도 흥미진진했다.

알파고 지금쯤 전자담배 피고 있을 듯, 알파고; 혼자 있고 싶습니다 콘센트 빼줘요, 이세돌이 인류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버릴 것이다, 2036년 기계들에 맞선 인류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당신이 저항군 지도자… 이쎄도르?" "그런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 같은 카툰 모드의 스케치가 등장하고, 인간에게서 예상 외의 저력을 본 알파고는 한국을 멸망시키기로 결심하고 한국의 네트워크에 침입한다. 하지만 오히려 알파고가 파괴되고 마는데… "액티브X를 설치해주세요" "보안 EXE를 설치하시겠습니까" "공인인증서 로그인 실패" - 같은 영화 트레일러풍의 드립에는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 대한 풍자의 반전과 고발까지 담겼다. 읽는 즉시 공감하고 삼키면서 가슴 쓰린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미래 실험은 끝났고 쏟아진 각색의 드립 만큼이나 좌충우돌 다양한 과제들이 '두텁게' 주어졌다. 나에게는 두가지가 남았다. 이세돌이 발견한 인공지능 공략의 유일한 무기가 바둑의 정석이 아니라 돌발적인 '의외성'이었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인간으로서 아끼고 키워나가야 할 능력은 내 안의 괴짜, 우리 안의 반골, 엉뚱한 상상력과 유치한 감성일 것이라는 사실 하나, 그리고 알고보니 나는 초읽기, 묘수, 승부수, 사활, 끝내기 같은 '바둑전문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해온 숨은 바둑 유식자였다는 놀라운 사실 둘이다.


최주미 디지털부 차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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