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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한인타운에는 '회관'이 없다(II)

[LA중앙일보] 발행 2016/04/11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4/10 16:06

'한인타운에는 회관이 없다.' 3년 전 칼럼의 문패를 '스토리 In'으로 정하고 쓴 첫 번째 글 제목이다. 그 칼럼을 쓰기 위해 일본계 커뮤니티의 회관 역할을 하는 '일미문화커뮤니티센터(JACCC)'를 찾아갔다. 3가와 샌페드로에 있는 5층 건물 본관과 880석 규모의 극장, 그 사이 소광장을 합쳐서 센터라고 한다.

센터에는 일본계 대표 단체들이 모두 입주해 있다. 우리의 한인축제재단 격인 '니세이(2세) 축제재단', 남가주일본상공회의소, 연장자센터, 유학생 안내센터, 일본어학교, 문화강좌센터는 물론이고 총영사관 출장소까지 한지붕 아래 모였다. 노인들의 버스표 구입·정부보조금부터 아이들의 일본어 교육, 소상인들의 지역경제 활성화 고민상담, 민원인들의 비자업무까지 이 센터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단체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동시에 상생한다. 80년을 넘긴 니세이 축제를 위해 매년 모든 단체가 머리를 맞댄다.

센터를 세우기 위해 수천명의 일본인들이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놓았다.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는 광장의 돌 조각상을, 익명의 할머니는 마당 한 뜰의 120년생 복숭아 나무를 기증했다.

그때 인터뷰했던 JACCC 아트디렉터 히로카즈 코사카(68)씨와 최근 다시 통화했다. JACCC 등 일본계 커뮤니티 단체들이 새삼 다시 뭉쳤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그들은 지난 3년 동안 또 한단계 진화했다. 무분별한 난개발이 타운 생존을 위협하자 30여개 단체가 압력단체를 구성했다. 위기에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뭉쳐 해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리틀도쿄(Sustainable Little Tokyo·SLT)'라는 타운 재개발 장기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큰 목표는 미국 최초의 '문화생태특구(Cultural Eco-District)' 조성이다. 타운내 일본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보전하고, 골목상권과 대형개발사 간 상생의 경제개발을 추구하며, 친환경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힘을 합한 그들의 저력은 무섭다. 골드라인 환승역을 지상에 세우려는 시정부 계획부터 저지시켰다. 지상에 세워지면 철로 때문에 타운이 '두 조각'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의 압력에 시정부는 환승역을 지하로 옮기기로 했다.

'친환경 특구'라는 반대못할 명분을 앞세워 연방정부로부터 300만달러 지원금도 얻어냈다. 그들의 오랜 숙원인 부도칸(무도관) 건립 계획도 SLT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40여년간 꿈만 꿔왔던 부도칸은 올해 착공식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SLT프로젝트를 3회 기획기사로 썼다. 의도는 분명하다. 그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있는데, 한인사회는 지금 과연 잘하고 있는지 자성하기 위해서다. 또, 그들의 생존 전략을 벤치마킹만 잘해도 한인타운 난개발에 맞설 해법을 찾는데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서다.

기사가 나간 뒤 한 단체장을 만났다. "글을 읽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유익했다는 말에 감사했다. 그런데, 단체장이 별 생각없이 던진 질문에 한순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한인사회에선 누가 그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린 일본인들과 같은 '회관' 조차없다. 한인회관 건물 운영을 맡은 동포재단 이사들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열심히 싸우고 있다. 생각해보니 3년 전 '한인타운에는 한인회관이 없다'는 글을 쓴 동기도 동포재단의 '소유권 위조 사태' 때문이었다. 서로 손가락질하고 싸우기 바쁜 한인단체들이 난개발을 막고 시정부를 압박할 압력단체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회관 조차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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