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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화장실 전쟁'이 시작됐다

신복례 / 사회부 위원

고정관념을 깬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작 20~30년의 삶을 살면서 생긴 개인적인 고정관념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수백년 수천년 인류 역사를 타고 면면히 내려온 고정관념이야 말해 무엇하랴. 더구나 그것을 진리라고 믿고 있다면 고정관념 타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미국이 지금 화장실 때문에 시끄럽다.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성전환자의 공중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태어날 때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인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고 여성으로 살고 있음에도 공중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갈 때는 남성용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 법안에 인권단체는 물론 많은 기업과 유명 스타, 전국적 단체들이 대대적인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화장실 논란은 '화장실 전쟁'으로 격화됐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에서 최소 13개 주가 이와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스캐롤라이나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법안을 제정했으니 찬반 양 진영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됐다.

양측의 주장은 간단하다. 법안지지자들은 성범죄자가 여성이라는 성정체성을 이용해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가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경찰 보고는 아직까지 한번도 전해진 바 없다.



솔직히 말한다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해도 남자는 남자지, 남자가 그런다고 여자로 바뀌나' 그리고 '남자들이 여자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불편하기는 할 것 같다. 원래는 남성인데 여성으로 성전환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랑 같은 화장실에 있다면 분명 여자들만 있을 때보다 더 경계하고 조심할 것 같다. 왜냐하면 본인이 아무리 여성이라 우겨도, 나는 그를 여성이 아니라 남성 아니 '이상한 남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법안에 반대하는 진영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차별이라며 편견과 혐오에 반대하고 포용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을 앞세워 노스캐롤라이나 보이콧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이 법안 때문에 페이팔이 약속했던 360만 달러의 투자계약과 한 제약회사의 2000만달러 연구소 설립 프로젝트를 잃었다. 지자체들도 가세해 5개 주 정부와 19개 시 정부가 노스캐롤라이나로의 공무 출장을 금지시켰다.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는 벨몬트-폴 여성 평등 내셔널 모뉴먼트를 새로운 국가기념물로 지정하는 행사가 열렸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한 연설이다. "10년, 20년, 100년 뒤 어린 소년소녀들이 여성이 백악관 집무실에 앉지 못했던 한 때가 미국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으면 한다."

20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은 당연히 노예였다. 노예제를 지키기 위해 남부 백인들은 전쟁까지 벌였고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부 주에서는 흑인은 백인이 앉는 버스 좌석에 앉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성은 이래야하고 여성은 저래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남녀 성별 특성이 불분명해진지는 이미 오래고 지난해에는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까지 내렸다.

지금 진리로 여겨지는 것들이 100년 후, 아니 50년 후에도 계속 진리로 남을 수 있을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단 하나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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