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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억만장자 트럼프는 노동자의 대변자?

[LA중앙일보] 발행 2016/07/0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7/07 23:25

원용석/사회부 부장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대선 때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건 구호다. 경제 이슈를 부각한 그는 걸프전을 승리로 재선 가능성 90% 소리를 들었던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당선됐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경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는 미국 경제가 부강하려면 중산층이 잘살아야 한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산층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로 '무역협정'을 꼽았다. 무역협정은 기득권 후보들이 결코 만질 수 없는 이슈다.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금을 받으면서 무역협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비로 경선을 치른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이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온 '독약' 같은 존재라고 맹비난했다.

무역협정이 느닷없이 2016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트럼프 때문이다. 그는 당선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을 전부 뜯어고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제조업 부활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득권이 '트럼프 죽이기'에 올인한 이유다. 글로벌 기업은 저렴한 임금을 좋아한다.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제조업을 아웃소싱하면 마진(이윤)은 커지고, 주식이 오른다. 어느새 자유무역협정은 수익증대의 원동력이 됐다. 최근 포드, 캐리어, 나비스코 등 미국기업의 공장이 줄줄이 멕시코로 건너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기업들의 아웃소싱은 중산층 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배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도 기업들은 그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되면 아웃소싱 기업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TPP를 향해 미국 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트럼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다. TPP는 극히 친글로벌 기업 무역협정이다. 기업이 일정한 수준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정부에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이슬람 율법을 시행하는 브루나이와 노예제도를 인정하는 말레이시아도 이에 속해 있다. 제약사들의 독과점을 보장하는 규정 등을 포함해 TPP 안에는 '인권보다는 이윤'이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월가로부터 두둑한 후원금을 받아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도 45차례나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최근 TPP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TPP는 분명 미국에 부익부를 가져올 것이다. 또 수만여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낼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TPP에 대해 "미국을 향한 성폭행(Rape)"이라고 일갈했다. 기업들의 수입보다는 중산층의 일자리와 급여인상이 더 절실하다는 그의 주장이다.

올 대선은 자동차·철강산업이 융성했다가 해외 아웃소싱으로 몰락한 미국 제조업의 고향 '러스트 벨트(Rust Belt)' 유권자들의 손에 의해 갈릴 공산이 크다.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철강산업이 번성했던 피츠버그, 기계·석탄·방직 산업이 발달했던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웨스트버지니아 등은 1870년대부터 100년간 제조업 호황기를 구가할 때 미국 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국내 제조업 활성화가 국가운영의 첫걸음"이라 했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보호무역을 포기하면 국민에 재앙이 닥친다"고 경고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택한 것도 자국의 제조업을 무시한 탓이 컸다. '글로벌화라는 잘못된 노래에 미국을 빼앗길 수 없다'는 트럼프. 억만장자인 그가 중산층과 노동자층의 대변자로 떠오른 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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