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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북한의 김정일을 만나겠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100% 내면 안 되나?”, “골치 아픈 한미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겠다.”

2016년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의 말이다. 한국 언론과 정계, 그리고 재계는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늘 칼럼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의 배경과 그 실현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2016년 미 대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두 후보가 여러 면에서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인데, 뉴욕타임스는 이 차이를 ‘밤과 낮’의 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후보의 인물과 경력, 그리고 공약 정책의 차이를 정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 5가지 차이를 요약한다.

하나, 트럼프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반정치권 아웃사이더이고, 힐러리는 워싱턴 정치권의 상징일 정도로 30여 년의 정치 경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둘, 트럼프는 미국 미래의 청사진에 근원적이며 도전적인 ‘변화’를 포함하고, 힐러리는 반대로 현 오바마 정권의 ‘현상 유지의 점진적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셋, 트럼프는 민족주의적인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힐러리는 세계화의 강화와 매우 제한적인 ‘불공정 자유무역’의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넷. 트럼프는 철저한 ‘국수주의자’이며 무슬림 혐오자인 반면, 힐러리는 이민 개방정책을 주장한다. 끝으로, 트럼프는 암울하고 비관적이고 외부테러 세력에 무력한 현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실을 확 바꾸어야만, ‘다시 강한 미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힐러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 유일하게 2%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정책을 지속하면 더 좋은 미래가 온다며 낙관적인 청사진을 보인다.



이제 이처럼 ‘밤과 낮’ 같은 차이를 보이는 두 후보가 한국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차기 미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미관계의 전망, 즉 가장 중요한 미국의 대북 정책, 한미 군사 동맹 그리고 한미 통상관계를 검토해 보자.

첫째, 힐러리의 대북정책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정책의 미세한 조정에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힐러리는 한-미-일 3자 공조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강화를 지속할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변덕이 하도 심해 종잡을 수가 없다. “김정은을 만나서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곧 돌아서서 “중국을 통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아직은 불확실성의 베일에 가려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힐러리의 한미 군사 정책의 축은 현행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는 한미일 3국의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최상의 대응책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의 도입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결정한 주한미군기지에 사드(THAAD)의 배치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반대로 트럼프는 미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질타하며 한국과 일본도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내고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부담을 한국이 100% 부담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셋째, 오늘의 주제인 ‘무역정책’에 있어서 힐러리는 평생 소신이던 자유무역주의를 버리고 최근에는 얕은 색깔의 보호무역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자유무역 협정에 강력히 반대하는 노조의 지지와 표심을 얻기 위한 일시적인 꼼수로 보인다. 그래서 국무장관 시절에 ‘황금의 기준’이라고 극찬한 바 있는, 오바마의 최대 경제유산인 환태평양동반자협정(TTP)의 의회 통과를 반대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다행히 한미FTA 재협상은 거론하지 않는다. 반면 트럼프는 철저한 자유무역 반대자이다. 자유무역은 미국의 일자리, 특히 중산층 노동자와 쇠약한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심화하며,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은 환율 조작 등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특히 “한미FTA는 미국의 골칫덩어리다. 따라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미FTA의 재협상이 과연 가능한가?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첫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아직은 낮다. 둘째, 한미 FTA 의 재협상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셋째, 한미 FTA 재협상은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여, 대통령 시행령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론으로, 현재로선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 미리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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