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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히잡 검객'이 깨뜨린 유리 천장

이브티하즈 무하마드. 발음이 쉽지 않은 이 이름의 주인은 지금 브라질 리우에 있다. 미국 펜싱 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것. 비록 비인기 종목에 강력한 금메달 후보도 아니지만 무하마드는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다. 히잡(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착용하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초의 미국 선수라는 타이틀 덕분이다.

뉴저지 출신의 무하마드는 흑인 이슬람교도다. 종교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소수계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 사춘기 시절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갈등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본인의 피부색과 종교 때문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그때 시작한 것이 펜싱이다. 얼굴은 물론 머리까지 가리는 펜싱 헬멧을 쓰면 피부색도 히잡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시각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9·11과 그 이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무분별한 테러 행위는 반이슬람 정서를 더 키웠다. 9·11테러가 2001년 발생했으니 올해 서른 살의 무하마드는 이런 분위기의 한복판에서 성장한 셈이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지만 다른 종교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무하마드도 지난 4월 뉴욕에서 히잡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메디슨스퀘어가든을 걷고 있는데 한 남성이 다가오더니 "무엇을 폭파하려고?"라며 비아냥대더라는 것. 하도 어이가 없어 이 남성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텍사스에서도 열 받는 일을 겪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히잡을 벗으라는 주최 측 관계자의 요구를 받았다. 그래서 히잡을 벗을 수 없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그 관계자는 "그래요? 하지만 당신은 지금 텍사스에 있어요"라고 하더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처음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한 게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대통령 선거 초반 '이슬람의 미국 입국금지' 공약을 내세워 단번에 관심을 끌었다. 일부의 반이슬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난이 쏟아졌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편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찬조 연설자로 나섰던 키즈르 칸 부부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다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곧장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나 같으면 그냥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히잡 펜싱선수' 무하마드의 본업은 의류 사업이다. 할머니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청소년들에게 펜싱을 가르치고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큰 꿈을 가져라. 그리고 더 크게 생각해라.' 무하마드가 펜싱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앞으로 본인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또 다른 어려움들을 극복하겠다는 스스로의 각오도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힐러리 클린턴이 유리천장을 깨는 듯한 영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정치사의 유리천장 하나를 깼다면,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도 편견의 유리천장 하나를 없앴다고 볼 수 있다.

미국사회에는 아직 깨트려야 할 유리천장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누가 대신 없애주면 편하겠지만 스스로 부숴 버리는 것이 더 시원하다. 제2, 제3의 무하마드가 이어져 크고 작은 유리천장들을 깨줬으면 좋겠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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