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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브렉시트와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2)

지난 6월 30일에 워싱턴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발행된 “브렉시트와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기사를 읽으신 독자 한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 교수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가 온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국제칼럼> 은 이 독자분의 의문에 답하는 글이다. 제가 직접 쓴 답이 아니라,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일간지 가디안에 기고한 글이다. 잘 아시다시피 호킹 박사는 경제학자도, 정치 평론가도 아니다. 젊어서부터 평생 루게릭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우주의 ‘블랙홀’ 이론을 처음 발견해 낸 천재 이론 물리학자이다. 이분은 저보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의 폐해를 진단하고 무서운 경고를 내린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 결정은 영국인의 시기심과 고립주의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브렉시트는 먼 장래에 인류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스티븐 호킹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인 <시간의 역사> (1988)에서 “우주 창조의 신비가 풀리는 날, 우리는 신의 마음을 읽게 될 것이다”고 선언하여 기독교계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나 발행한 <위대한 설계> (Grand Design)에서는 “우주 창조는 신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고 발표하여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천문학 외에도 종교 사회 경제 현안에 대한 과감한 의견을 표명해 온 바 있다. 그런데 영국의 이번 브렉시트 결정을 가능케 한 인간의 시기심과 탐욕, 고립주의 등 나쁜 본성이 바뀌지 않으면 장래에 자칫 인류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티븐 호킹은 무엇에 바탕하여 이 같이 무서운 예언을 하는 것일까? 그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재산(Wealth)의 뜻을 물질적인 자산으로만 좁게 생각하고 이의 축적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여긴다. 재산의 독점을 추구하므로, 타인과 재산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없다. 반대로 시기심이 발동하고 고립주의와 이기심이 득세한다. 브렉시트는 바로 이 같은 삶의 철학과 태도를 가진 영국인의 ‘잘못된’ 선택이다. 만약 브렉시트의 출현을 가능케 한 이 같은 정신적 자세가 장기적으로 전 세계에 번지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현안에 대처할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멸종이 다가올 수 있다. 어린아이들처럼 우리도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법을 배워 실천해야 한다.”

이 얼마나 가슴을 파고드는 경고인가?

물론 경제학자들도 최근에 이와 비슷한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날로 악화하는 각국의 소득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 기본소득 , 동반성장 , 성장보다 분배 우선주의 등등이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은 이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인간 본능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권 투쟁의 차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만약 브렉시트를 가능케 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 이 같은 본능을 ‘덕(Virtue)’이라고 주장하는 신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원적인 ‘개혁’과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자칫 인간 종(Species)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티븐 호킹의 이 같은 예언은 영국인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하여 영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세계 경제가 앞으로 몇 년 심각한 침체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이 가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아주 현실성이 높은 가정이고 예언이다. 최근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 대학교 교수 등이 주장하는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사이클의 머리 부분에 와 있는 세계 경제, 특히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과 최근 심각한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가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7년의 GDP 성장률은 초라한 0.1%로 추정된다. 중국 경제도 2016년 경착륙을 피하기 어려워 앞으로 적어도 2~3년 동안은 연 6% 성장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결론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 사이클이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더 확실해진 상황에서, 경제학자가 아닌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무서운 경고를 우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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