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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유권자들이 대선을 ‘냉소’하는 진짜 이유들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미국의 젊은 밀레니얼 투표자는 2016년 대선을 ‘저질의 농담’으로 본다(Millennial voters see 2016 as bad joke).”

지난 8월 14일 워싱턴 포스트의 1면 왼쪽에 뜬 기사 제목이다. 믿기 어렵고 걱정되는 내용이다.

이들 밀레니얼(Millennials=1980~2000년생)은 누구인가? 이들이 바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 사회 복지 정책을 주장하는 무명의 샌더스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며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런데 최근 대선에 대한 태도가 ‘냉소’로 돌아선 것이다.

왜 이 같은 변화가 생겼는가? 두 후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개혁과 변화에 대한 기대가 깡그리 사라졌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의 자포자기: 미국의 젊은이들이 2016년 대선을 ‘저질의 농담’으로 깎아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힐러리와 트럼프가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통령깜이 이리도 없나?”, “두 후보는 요즘 젊은이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 “ 장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도 보여주지 못한다”, “두 후보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미국의 ‘4포 세대’ 젊은이들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미국 장래에 의미 있는 개혁도 변화도 없을 것으로 믿는다.

▶두 후보의 미래에 대한 ‘비전’: 유권자는 두 후보가 약화하는 미국의 경제 및 군사 우월주의를 회복할 비전 제시를 못 한다고 본다. 특히 날로 악화하는 소득의 양극화 문제, 몰락하는 중산층, 임금 정체, 그리고 세계 각 곳에서 도전받는 미국의 국제주의 등 어려운 과제를 풀 자질이 없다고 본다. 힐러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승을 선언하며 개혁성향의 정책 제안을 못 하고, 트럼프는 진지한 방향성과 내용이 빠진 ‘알맹이’ 없는 개혁만 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후보의 자질 공방: 두 후보 대결의 불꽃은 정책 토론 대신 상대방에 대한 더러운 인신 공방으로 변질하고 있다. 물론 대선 국면에서 상대방 후보의 자질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조작된 비방이나 거짓인 경우에는 시궁창 싸움이 된다. 힐러리 진영은 트럼프의 ‘막말’ 수준이 격이 낮고 국가 안보에 위험을 불러온다고 비방한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거짓말쟁이’(Crooked Hillary)’라 부르며 국무장관 재임 당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하므로 미국의 극비사항을 적에게 노출했다고 비난한다.

▶두 후보의 경제 전망: 각 당의 전당 대회에서 채택된 경제 청사진은 다음의 3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힐러리는 미국의 장래 경제 전망을 온통 ‘장밋빛’으로 단장하고, 트럼프는 유권자의 공포와 분노에 호소하며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둘째, 두 후보 모두 ‘소득 불평등 해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의 경제 수석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교수마저 “경제 성장과 공평성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라는 글에서 이들의 경제 공약은 시대 정신인 성장과 공평성이 빠져있기 때문에 낙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 두 후보 모두 국제 무역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뺏어간다며 ‘고립주의’를 주장하므로, 얼마 전 영국이 결정한 유럽탈퇴(Brexit)와 그 궤를 같이한다.

▶두 후보의 비호감도: 미 대선 역사상 본선 후보의 비호감도가 이처럼 높은 적이 없다. 현시점에서 클린턴의 경우 53.3%, 트럼프의 경우 61.3%이다. 그리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인종에 따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백인은 힐러리를, 소수 인종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예를 들면 흑인의 19%가 힐러리를, 94%가 트럼프를 싫어한다.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인종이야!” 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이다.

이 외에도 유권자의 냉소를 자극하는 이슈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두 후보의 낮은 정직성, 국제 테러에 대한 이견,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 인종 문제 해결 방안,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에 대한 개선책 등이 있다.

결론을 말씀 드리면 미국의 많은 유권자가, 특히 젊은 밀레니얼이 2016년 대선이 귀중한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허튼 농담’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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