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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잘 보이지 않는 교계의 애환

노숙인을 돌봐왔던 최명균 목사(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가 최근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본지 10월5일자 a-1면>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최 목사는 경제적 형편상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노숙자 사역만큼은 계속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게 먼저일까, 생계와 건강부터 챙겼어야 하는 게 먼저일까.



저마다 답은 달라도 분명한 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최 목사의 헌신만큼은 분명 울림이 크다.

최 목사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겨울이다. 그는 노숙자들의 생활상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들고 무작정 본지를 찾아왔다.

그는 "난 유명인도 아니고, 이름 있는 단체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교계에서 소위 '빽(배경)'있는 목사도 아니다. 노숙자를 도와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찾아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침낭을 기부받아 노숙자에 전달하는 사역을 해왔다. 지난 연말에는 샌타애나 지역 다리 밑에 사는 노숙자들의 삶을 취재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직접 안내해주기도 했다.

기자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종교인을 접한다. 내로라하는 유명인도 만나지만 인지도 없는 '동네 목사'들을 만나 현실의 이야기도 듣는다.

물론 지면에 그들의 목소리를 모두 담는 건 한계가 있다. 대중은 유명세나 명성이 가져다주는 아우라에 더 쉽게 귀를 기울이고, 언론은 그것을 조명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그럴수록 독자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실제 현장의 소리를 지면에 담고자 했다.

오해하면 안 된다. 교회 규모나 유명세가 양지와 음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말끔한 양복 대신 허름한 옷, 정기적인 사례비 대신 불규칙한 수입, 교회 돈으로 선교나 해외 집회를 다니는 대신 휴가도 없이 가족 여행 한번 못 가는 목회자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수백만 달러짜리 화려한 교회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생계형 목사 또는 길바닥 사역의 애환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는 자본이 힘을 결정한다. 슬프지만 기독교 역시 그 원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다.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교회 또는 목사가 가진 것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다. 적어도 종교계만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가 실현되는 영역이 되길 바란다.

음지에서 남몰래 신음하는 목회자 또는 교회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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