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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파브르 곤충기'가 노벨문학상 후보?

신선한 발상인가, 튀기 위한 몸부림인가. 역사상 최초로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노벨상이 문학을 버렸다는 비난도 있고 문학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찬사도 있다. 다양한 찬반논쟁이 있지만 결국은 '종이에 글로 써야 문학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귀착된다. 문학과 비문학의 모호한 경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노벨문학상이 문인들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역사가와 철학자가 문학상을 받았고 영국 총리를 지낸 정치인 윈스턴 처질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전통 문학인이 아닌 르포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선정해 문학상의 변신을 시도했었다.

문학과 철학, 역사는 사실상 구분이 애매하다. 그리스 시대부터 '문·사·철'을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시켜 학문별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과거제도 따지고 보면 역사와 철학 지식을 문학적으로 서술하는 시험이다. 역사와 철학 분야에서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파브르 곤충기'를 쓴 장 앙리 파브르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총 10권의 파브르 곤충기는 1999년 한국에서 완역되기 전에도 수백 종의 한글판이 출판됐었다. 대부분 일본어판을 발췌해 중역했거나 아동용으로 재편집한 책이었다. 과학자의 눈으로 곤충의 세계를 서술한 저작이었지만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파브르를 '곤충들의 호메로스'라고 극찬했다. 과학서적이지만 시적 표현과 문학적 깊이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장 앙리 파브르는 1904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었다.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은 무산됐지만 파브르가 받았다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일무이한 과학자가 됐을 것이다.



이번 노벨문학상이 논란이 됐던 것처럼 문학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굳이 문학을 정의한다면 언어를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아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문학의 경계는 달라진다. 21세기 들어 멀티미디어의 발달은 단순히 '종이+글'을 문학으로 한정하기 어렵게 한다. 종이를 매개로 하지 않는 드라마의 줄거리도 소설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고 음악의 가사도 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입으로 전해지던 구전문학도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

노래가사는 문학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문학인과 음악인은 엄연히 구분된다. 문학은 '글'이 주가 되고 노래는 '음'이 우선이다. 밥 딜런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가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글로써도 문학인 못지 않은 역량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을 비판하면서 '밥 딜런이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은 문학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다'라며 '그에게 문학상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노벨문학상의 수상 대상은 대개 작가이고 특정 작품을 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대표작이 있고 심사과정에서 특별히 거론되는 작품도 있다. 이런 작품들은 노벨상 발표로 새롭게 주목을 받는다. 독자들의 인기를 못 얻어 절판된 한국어 번역판 수상작들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수상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문학작품이라는 명성에 시작하지만 주제가 무겁고 대중적이지 못해 읽기를 중단하게 되는 작품들도 많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다르다. 가수 밥 딜런이 상을 받았다. 그의 노래 중에서 몇 곡을 들으면 노벨문학상 작품 '감상'은 완벽하게 끝이 난다. 그래서 CNN방송도 밥 딜런의 수상을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고 논평했는지도 모르겠다.


김완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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