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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이들이 투표하면 누가 대통령 될까

어린 아이들이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될까.

초등학생 잡지 '스콜라스틱 뉴스'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전국의 유치원에서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의 15만3000명 학생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승이다. 52%의 '아주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35%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눌렀다. 선거인단도 힐러리가 436명(트럼프 99명)을 확보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크게 상회했다.

어린 학생들의 모의투표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1940년 시작돼 올해로 19회를 맞은 투표는 이제까지 18번 선거에서 16번 당선자를 맞혔다. 거의 90% 확률이고, 특히 1964년 이후에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1948년 투표에서 학생들은 토머스 듀이(공화)를 뽑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해리 트루먼(민주)이 당선됐고 존 F 케네디(민주)가 승리한 1960년에는 리처드 닉스(공화)을 택했다. 이들 대선은 미국 역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였던 대표적인 선거였다. 시카고 트리뷴이 '듀이 승리'를 오보할 정도였고 닉슨은 11만3000표 뒤지는 매우 근소한 차이(0.2%p)로 패했다.



올해 학생들이 투표한 결과도 전문가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았다. 선거결과(?)를 보면 클린턴이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뉴햄프셔 등 경합주에서 승리하고 알래스카, 아이다호, 텍사스, 유타 등의 공화당 강세지역에서도 트럼프를 이겼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이 우세한 15개주를 지켰을 뿐 경합주에서는 아이오와 승리에 그쳤다.

거의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모의투표에 올해는 변화가 있었다. 이전 투표에서는 민주·공화 후보에게 95% 이상의 표가 집중되고 기타 후보들의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군소후보들의 득표가 이례적으로 13%를 기록했다.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가 2%를 득표했고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후보 등이 1%의 지지율을 보였다. 학생들이 직접 후보를 기입할 수 있는 선거방식이어서 '스파이더맨' '엄마' '베이컨' 등도 1%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군소후보 지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스콜라스틱 뉴스는 "민주·공화 후보 모두에게 반감을 보이는 부모의 영향으로 제3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에 대한 반감은 투표 참여자 수에서도 나타난다. 2012년 모의선거에는 25만의 학생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크게 줄었다. 대선캠페인에서 인종차별, 혐오, 성추문, 거짓말 등 비도덕적인 사안이 불거지면서 이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불편했던 교사들이 투표참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스탠퍼드 센터(SCAD)'의 크리스토퍼 오제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자녀의 3분의 1은 부모의 정치적 성향을 잘못 알고 있고, 3분의 1은 부모의 정치적 견해에 반대한다고 설명한다. 반수 정도가 부모의 정치적 성향을 닮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TV,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부모와 달리 독립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갖는 자녀들이 늘고 있고 이런 현상은 고학년층에서 두드러진다.

모의선거 참여한 학생들에게 힐러리와 트럼프 지지 이유를 물었다. 힐러리 지지 이유는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애리조나 6학년), '경험이 많아 국정과 관련해 더 나은 결정을 할 것 같아서'(뉴욕 4학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 학생들은 '비즈니스를 잘해서'(조지아주 5학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고 해서'(애리조나 6학년) 등을 이유로 들었다.

막말과 거짓으로 최악의 대선판을 만든 후보들에게 이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기만 하다.


김완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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