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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는 과연 누구인가

17세기, 서구인들이 호주대륙에 진출했을 때 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블랙스완’

그곳엔 전에 한 번도 본적 없었던 흰색이 아닌 '검은색'의 백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세워놓았던 '백조는 하얗다'라는 부정할 수 없었던 명제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서 서구인들은 매우 예외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블랙’, 즉 검은빛이 던져주는 이미지는 단지 예외적이거나 충격적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를 들면 ‘다수로부터 격리된’ ‘바람직하지 않은’ 등의 의미로 확장됐지요.

이른바 블랙리스트. 무려 9473명에 이른다는 검은 색의 문화예술인들. 그들은 예외적이고, 충격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들인가…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내 이름이 없을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
“내 이름은 왜 없나. 의문의 1패”

17세기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에 이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한다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는 위험한 존재들이라는 또 다른 명제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온통 검은빛으로 덧칠해 검은빛이 되레 정상인 세상을 만들어놓은 이들은 누구였을까.

“직접 봤다.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다. 대통령에게도 항의했다”

이번 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의 증언 속에 등장한 두 사람.

대를 이어 부녀대통령을 모신 왕실장과 정무수석과 장관직 두개를 연이어 차지하면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

누구도 자신이 블랙리스트를 만든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래서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한 뒤 그 중 누군가는 국무위원인 장관의 신분으로 한나절 행방까지 묘연해지는 것으로 억울함을 표한 듯 하지만.

한 쪽에서는 바로 그 누군가가 블랙리스트가 들어있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없애버렸다는 얘기도 들려오는 지금의 세상은 과연 누가 블랙스완, 즉 예외적·충격적, 혹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군상들인가…

오늘(27일) 대한항공은 지난번 기내난동 사건의 주인공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 항공사 오너의 딸도 땅콩 덕분에 이미 블랙리스트의 맨 앞 자리에 이름을 올릴 지경이 되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에 벌어진 그 기막힌 기내 난동 사건의 주인공 임 모씨는 평생 이 항공사의 비행기는 못 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블랙리스트란 말은 이런 경우에야 말로 가장 걸맞은 것이 아닐까… ‘예외적’, ‘충격적’, ‘다수로부터 격리된’, 그리고 ‘바람직스럽지 못한’ 존재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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