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온 에어] 부럽고, 부끄럽고

8년간 미국을 이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퇴임 직전 지지율은 55%에 달했다. 최고 지지율 67%를 찍고 임기 내내 평균 지지율 48%를 유지했던 그는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백악관을 떠났다.

1월 10일 오바마는 고별 연설을 했다. 50분간 진행된 그의 연설에는 진심과 열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내 미셸에게 감사를 표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자신이 두 딸의 아버지라는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며 애정을 표했다. 연설을 보는 내내 샘이 날 정도로 이 나라가 부러웠다. 오바마가 말한 민주주의 가치, 미국의 위대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물론 오바마도 완벽한 대통령은 아니었다. 비난을 받을 만한 허물도 많다면 많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지만 임기 동안 퍼거슨 사태 등 수많은 인종차별 사건들이 수없이 이어졌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인종 간의 화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을 초래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우유부단한 리더십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지만 결국 시리아 내전이나 북핵문제 등 외교적 난제에는 별 수를 쓰지 못했다.



경제 역시 평균 성장률 1.6%로 1929년 취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처음 3%를 찍지 못한 대통령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임기 동안 국민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웃기기 위해 이른바 자학개그도 서슴지 않았다. 한 방송 토크쇼에서는 노벨상을 타긴 했지만 상을 왜 받았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쓸 만한 기술도 없어 퇴임 후 일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익살을 부렸다.

여러 차례 노래와 춤 솜씨를 뽐내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진정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공식석상에서 흘린 9번의 눈물이다.

오바마는 주로 신중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의 슬픔에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백악관에서 총기 거래 규제를 위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하던 중 흘린 눈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후 언론 매체들은 "오바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게 됐다"는 논평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1월 선거유세 도중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의 작고 소식을 듣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애도성명을 발표하며 울었고 2015년 에릭 홀더 법무장관의 이임식장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보 바이든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한국은 설 연휴지만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대통령을 가진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국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진정성과 점점 멀어져만 간다.

며칠 전 한 인터넷 매체와 한 인터뷰를 두고는 '국민고문 인터뷰'라는 말까지 나왔다. 탄핵 정국에 대한 핵심 질문도 없었고 답변은 사실상 거의 일방적인 주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오바마 고별연설에 모인 청중들은 떠나는 대통령을 향해 "4년 더, 한번 더"를 외쳤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 보내고 싶은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한번 더' 를 외칠 정도로 그리운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의 대통령을 원한다. 함께 웃고 울어줄 '진심' 대통령이면 더욱 좋겠다.


부소현/JTBC LA특파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