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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보다 '아메리칸 드림'

트럼프, '이민 장벽' 재계 발끈
실리콘밸리, 이민자 37% 차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열흘 만에 '아메리카 퍼스트'와 '아메리칸 드림'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제너럴일렉트릭(GE).스타벅스.포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공개 비판하며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이 단순히 반대 의사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즉각 '반발 액션'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대선 뒤 두 달 넘게 트럼프의 '미국 내 투자' 협박에 눈치만 보던 재계가 드디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한시적이지만 사실상 이민자 배척 조치다.



재계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직원 중에 이민자 출신이 많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인덱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비중은 무려 37.4%에 달한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 이민자의 후손이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인도 출신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인종 구성을 봐도 아시아(32%), 히스패닉(26%), 아프리카(2%), 기타(4%) 비중이 백인(35%)보다 월등히 높다.

팀 쿡 애플 CEO는 28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피해를 받게 된 직원들을 본사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조치로 최소 187명의 직원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해외에 있는 직원들에게 즉각 귀국 지시를 내렸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난민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두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IT 기업의 반발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75개국에 매장이 있는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CEO는 29일 홈페이지에 "우리는 미국의 양심과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약속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미증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전 세계 난민 1만 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는 이민 문제가 있는 운전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3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고, 숙박 공유기업 에어비엔비는 페이스북에 "(이번 조치로) 비행편을 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머물 곳을 제공하겠다"며 이메일 연락처를 공개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페이스북에 "지금이야말로 '자유와 기회'라는 미국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모두 손을 맞잡을 때"라고 업계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도 30일 "스스로를 사업의 귀재라고 부르는 사람(트럼프)이 미국 행정부의 중심에서 카오스(대혼란)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미디아의 아버지 역시 1970년대에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란인이다.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은 "모든 사람에 대한 존경은 포드사의 핵심 가치"라며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있는 공장과 사무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IT 기업들과 몇 주간 간신히 쌓은 협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이 합법적인 이민자까지 제한할 가능성이 있고 이중 국적자에 대해 모순되는 규정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는 "많은 기업인이 대선 이후 사업에 전념하길 원했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정부와 재계 간) 전투(fight)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일.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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