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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국 뉴스 때문에 등지지 말자

미국 생활 17년째다. 그동안 한인사회를 겪으며 보고 느낀 한인들의 특징은 이렇다. 부지런하다, 적극적이다, 똑똑하다, 악착같다. 모두가 말 다르고 문화 다른 미국 땅에서 이만큼이나마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준 우리의 장점들이다. 한국 정치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는 것도 있다.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고국을 걱정하는 애국의 발로일 수 있지만 동시에 분열로 이어지는 편 가르기의 단초이기도 해서다.

세상만사 모든 것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쪼개지고 흩어져 무질서 상태가 되는 것도 사실은 자연스럽다. 이것이 물리학적 자연법칙이기 때문이다. 이를 거슬러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그만큼 힘이 들고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그런 길을 선택하곤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알래스카 연어가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 마침내 알을 낳고 장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인간도 각고의 노력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 빛이 난다. 무질서의 혼돈을 극복하고 어렵게 통합을 이뤄냈을 때 위대한 조직, 혹은 커뮤니티도 탄생한다. 과거 모든 나라의 역사를 봐도 분열보다 통합이었을 때가 훨씬 더 강력했다.

분열 상태는 사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한국의 유례없는 정치 상황에 직면한 요즘 한인사회가 딱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바라보는 극단의 시각과 반응들이 원인이다. 물론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있어 왔다. 하지만 한쪽 눈과 귀는 막은, 일방적 편들기만 난무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을 만나도 괜히 다른 의견을 확인하게 될까봐 말 섞기가 불안하다. 어찌어찌 서로 다른 입장을 알게 되면 아예 상종조차 하기 싫어하는 마음까지 생기기도 한다.

이게 옳은가. 그렇지가 않다. 여기는 미국이다. 경위와 목적은 저마다 달랐을 테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는 모국을 떠나왔고 낯선 땅에서 똑같이 분투하며 살고 있다. 더구나 우린 동포다. 동포(同胞)의 포(胞)는 뱃속의 아이를 싸고 있는 막(膜)을 말한다. 따라서 동포란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라는 뜻이다. 이런 것들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마음 모으고 다독이며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괜히 보수-진보라는 추상적 이념과 공허한 색깔 다툼으로 아웅다웅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 주말 저녁 OC한인회 주최 동포음악의 밤에 다녀왔다. 설날이고 토요일이었지만 동포라는 이름 하나로 몇 백 명이 자리를 메웠다. 김포 청소년오케스트라의 초청 연주와 여러 특별 출연자들이 꾸미는 무대는 다채롭고 진지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귀에 익은 노래들을 함께 부르는 순서까지 있어 모두가 자연스럽게 한마음이 되었다. 공연 말미엔 몇몇 정치인들이 격려사를 했다.

어바인 시장을 거쳐 이번에 가주 하원에 진출한 최석호 의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선출직입니다. 당연히 지역구 주민들에게 정치적 빚을 지고 있지요. 하지만 이민 1세인 나를 지금까지 성원해 준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은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정치인의 의례적인 공치사일 수 있겠지만 그날은 뻔한 수사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과 권익을 높여줄 1.5세 2세 정치인을 더 많이 키워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민 1세들의 역할과 사명이라는 일깨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미주 한인들에겐 이렇게 함께 가야할 목표가 있다.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미국 땅에서 우리만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도 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사명을 앞에 두고 언제까지 한국 뉴스에 시시콜콜 반응하며 흥분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일로 우리끼리 반목하며 편가르기 하고 있기에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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