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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보수의 품격

제임스 로바트 선임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령을 잠정 중단시킨 인물이다. 나비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선 로바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반이민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걸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로바트 판사는 전형적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가 공화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대통령이 무슬림 국가국민을 미국으로 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개했다. "일개 판사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이 친구(로바트 판사)의 견해는 결국 미국으로부터 법치를 박탈하는, 웃기는 결정"이라며 번복될 것임을 자신했다. 그러나 대중은 로바트 판사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고, 공화당원 백인판사의 소신있는 결정 덕에 가족과 생이별을 할 위기에 처했던 이민자들이 삶을 되찾았다.

한국시간 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보수의 품격'을 말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의 영화 속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는 대사를 소개하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말처럼 영화에서는 155명 전원이 구조된다. 그렇다고 기장은 영웅이 됐을까. 그렇지 않았고, 궁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어어 "영화는 선과 악을 함부로 재단하지는 않는다. 인물들은 각자의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지키고 싶었던 원칙의 소중함"이라고 평했다. 이어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국 칼럼니스트의 '보수는 완고한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인용했다. 일부 극단적인 집회를 보면 걱정이다, 이 땅의 보수를 정말 사라지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비선 실세와 국정농단 모두 문제없다고 하고, 검찰 수사 법원 판단마저 조작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회 보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라고 말했다.



손 앵커는 또 "6년 전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배워라'라고 말한 바 있다"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장하는 보수주의에는 자기 책임과 약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녹아 들어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 역시 트럼프 후보 지지해 구설에 올랐지만, 그 영화(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등장한 '아직 누구 있습니까?'라는 묵직한 대사는 골든타임이 끝났다고 주장한 사람들에게 굳이 유모차들까지 끌고 나오지 않아도 되는 보수의 품격을 보여줬다"며 앵커 브리핑을 마쳤다.

진정한 보수에 대한 견해는 여러 가지다. 보수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 보수당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개혁하지 않고 정체된 보수는 더 이상 책임 있는 보수의 역할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또 배운 사람, 권력, 돈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수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국가를 보수와 진보로 나눠 놓았다는 우려가 깊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을 헐뜯고 돈까지 줘가며 참가자를 그러모아 세를 과시하는 집단을 보수라고 하긴 어렵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로바트 판사와 같은 진정한 보수의 품격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앞두고 있는 우리 나라에도 살아나길 기대한다.


부소현/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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