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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502] 안녕, 안녕 -박남수

눈총의 난타를 맞으며
실의를 부끄러움으로 바꾸어 지고
돌아오는 금의환향의 입구를
몰래 빠져나가는 좁은 출구에서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비뚤어진 다리를 옮긴다.
인사는 못하고 떠나지만
통곡하며 갔다고 전하여다오.




언어를 캐던 하얀 손으로는
석탄도 소금도 캐기는 어렵겠지만,
생활의 물결의 높낮이에, 어쩌다
솟아보는 머리를 쳐들고
새처럼 날아 보았으면
새처럼 날아 보았으면


그만 둘 직장도 없는
정년퇴직의 나이를 꽃지게에 지고 간다.


웃지 말라, 꾸짖지도 말라.
쉽게 이야기하지 말라.
때리는 채찍은 장난이겠지만,
맞는 개구리의 배는
생명과 이어지는 아픔,
한 사람의 깊은 아픔은 누구도 달래지 못한다.


안녕은 못 하고 떠나지만
잊지 않을 거라고 전하여다오.


시인 박남수가 조국을 떠나올 때 김포공항에서의 별사(別辭)다. 우리 모두 그곳을 떠나올 때 두 주먹 꼭 쥐고, 가슴에 썼던 슬픈 이별사(離別辭) 아니었던가. 이제 언어를 캐던 손으로는 석탄도 소금도 캘 수 없겠지. 그만 둘 직장도 없는 정년퇴직의 나이에, 그 나이를 꽃(시)지게에 지고 익명의 땅으로 떠나는 노시인의 이민이 아득했으리라. 그러나, 그러나 시인은 다 말 못하고 떠나오는 손으로 ‘안녕은 못하고 떠나지만 잊지 않을 거라고’ 전하여 달란다. 마지막 한 연이 가슴을 친다. 꿈 앞서 온 슬픈 역사다. 어쩔 수없이 조국을 떠나야만했던 한 인간의 슬픈 조국애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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