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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아모레 회장님께

서 회장님께,

안녕하세요 회장님. 글로 인사드리는 점 양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17년 간 기자로 일하면서 칼럼을 편지체로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직접 뵙고 말씀드리는 게 도리겠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다소 불편하실 수 있는 공개 편지를 씁니다.

지난주 미주중앙일보는 회장님이 경영하시는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회사와 관련해 5건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기사의 요점을 설명하겠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2개로 나눠 썼습니다. 미주법인이 점주들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고발성 보도였습니다. 계약상에도 없는 공사비 부담입니다. 많게는 20만 달러까지 하는 큰돈을 마련하기 위해 점주들은 융자를 얻어야 했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일부 제품을 미주 법인이 공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장 크기가 작은 곳은 '규격 미달'이라 크기를 키워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답니다. 가게를 넓히느라 임대료도 더 내야 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30년된 아모레 매장 주변에 4개의 본사 직영 매장이 생겼습니다.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겠지요. 불경기에 점주들은 삼중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아리따움을 파는 매장의 상황은 지금 아리땁지 못합니다.

두 번째 기사는 한국 본사가 점주들과 상생에 노력하는 동안 미주법인은 일부 점주들을 차별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후속이었습니다. 미주법인은 매장을 리모델링하지 않은 점주들을 일 년에 한번 열리는 전국 점주 콘퍼런스에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국 본사에서 시행중인 '키움 프로젝트' 같은 가맹점 지원책이 미국엔 없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국가별로 매장 상황이 달라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는 본사 홍보팀의 해명 기사였습니다. 알고 보니 본사는 매장 공사비용을 차등지급하라고 미주법인에 지시했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원책을 논의중"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1주일이 지났습니다만 아직 점주들은 지원책을 듣지 못했습니다.

네 번째 기사는 취재하면서 당황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라이선스도 없이 프랜차이즈식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맹점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법리적인 해명은 될 수 있습니다만, 윤리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련의 문제들은 기자가 듣고 보아온 회사의 경영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선대 회장님께서는 "소비자를 속이지 말고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라"는 정도 경영을 평생 몸소 실천하신 분이셨더군요. 회장님께서도 선대의 뜻을 이어 회사를 탄탄한 반석에 올려놓으셨습니다. 과학재단에 3000억 원의 '통 큰 기부'로도 모범을 보이셨지요. '상생'에 대한 원칙을 지키셨기에 가능한 결정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2대에 걸친 정도 경영이 왜 현장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점주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주 법인 주재원들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고들 합니다. 3년간의 주재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만 한답니다. 그래서 점주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지시하고, 설득하기 보다는 압박한다는 설명입니다.

정작 기자의 마음을 찌른 이야기는 점주들의 불만이 아닙니다. 점주들은 기자에게 "고발 기사는 쓰되 제품만은 헐뜯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고국의 좋은 제품을 팔고 있다'는 자부심과 애국심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주 법인은 그 애국심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구현/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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