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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오스카의 거침없는 정치발언

"올해의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은?" "…" "라라랜드". 수상작이 호명되자 라라랜드 제작진과 배우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무대 위로 올라와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수상의 기쁨은 3분을 채 넘지 못했다. 주최측 실수로 봉투가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한 것.

곧 수상작은 '문라이트'로 번복됐고 매년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며 전세계에 권위를 뽐내 온 아카데미 무대는 순식간에 뒤죽박죽 엉킨 채 성급히 막을 내렸다.

마치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웃지못할 해프닝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록되고 말았다.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최악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러모로 역사에 기록될 만한 특색을 남겼다. 백인 일색의 후보들로 '하얀 오스카'라는 비난을 받아 온 아카데미는 올해 흑인 돌풍을 일으켰다. 남녀 조연상 트로피가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갔다. 특히 남우 조연상을 받은 마허샬라 알리는 무슬림으로서 아카데미 역사상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문라이트'도 의외의 결과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라라랜드'는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마음에 쏙 드는 작품으로 일찌감치 수상작으로 점쳐져 왔지만 아카데미는 입맛에 맞는 '라라랜드' 대신 흑인 성소수자의 성장과정을 그린, 그동안 주류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영화에 최고상의 영예를 안기면서 인종 다양성을 중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시상식이었다는 점도 언급할 만 하다. 영화인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날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아카데미상이 인종 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며 반이민정책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반이민정책을 비판했다가 트럼프에게 "과대평가된 배우"라는 말을 들었던 메릴 스트립을 대신해 속이 뻥 뚫리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을 했다. 키멀은 "오랫동안 과대평가된 배우도 있다. 20번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50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라고 메릴 스트립을 소개해 기립박수를 받자 "정말 과대평가된 것 같다"며 익살을 부렸다. 분장상을 수상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케이트 맥키너는 "내가 이탈리아 이민자다. 모든 이민자들에게 이 상을 바치겠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나는 멕시코인이다. 남미인으로서 그리고 이민자로서 인간으로서 어떤 것이든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식전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배우들이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단 채 레드카펫을 밟았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28일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블랙리스트' 관련자 4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좌파에 편향된 보조금 지급을 바로잡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이 범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풀어보자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인들에게 보조금을 주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얘기고 특정집단을 '적'으로 규정해 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수단이었다.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의 이념과 정치적 소신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무대를 가진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부소현/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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