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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디즈니 영화사 해외배급팀 백양희 디렉터

'두근거림' 없는 삶을 경계하다
서울대·하버드 MBA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꿈 쫓아 고액연봉 포기
디즈니 영화사 입사
스타워즈 전편 디지털화
130개국 론칭 진두진휘
대학동문 록밴드 보컬
발레·살사댄스도 수준급


그녀는 엄친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MBA를 거쳐 현재 디즈니 영화사 디지털 해외배급팀에서 근무하는 '고퀄리티 스펙'의 소유자, 백양희(37) 디렉터다. 세상 모든 엄친딸이 그러하듯 잘하는 게 어디 공부뿐이랴. 노래 실력도 출중해 현재 대학동문 밴드에서 보컬로도 맹활약 중이다. 게다가 빼어난 미모에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까지. 세상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유쾌·상쾌한 팔방미인을 그녀가 근무하는 버뱅크 디즈니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나봤다.

#서울대에서 하버드까지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은행원이었던 부친이 뉴욕지사로 발령이 나 8학년부터 3년간 뉴저지에서 살았다.



"한국에선 반장을 도맡아 하던 모범생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이방인이 되면서 충격과 상처가 꽤 컸죠. 그래도 다행히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귀국 후엔 고교 2학년으로 편입, 98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IMF로 이후 극심한 취업난 속 저학년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수재들 틈바구니에서 그녀는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더 열중했다고 한다.

"제가 어려서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유년시절엔 발레리나나 성악가가 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고교시절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를 열심히 쫓아 다녔고 대학시절엔 노래패, 댄스 동아리 활동도 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했죠.(웃음)"

그렇게 놀고도(?) 최우등 졸업을 했다고 하니 지고는 못 사는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 졸업 후엔 유명 외국계 컨설팅사에서 입사했다. 자정 넘어 퇴근은 말할 것도 없고 주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빡센' 사회 초년병 생활이 시작됐다. 그렇게 3년 넘게 그곳에서 일하며 많은 동종 업계 선배들처럼 그녀도 MBA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하버드 지원서에 장래 엔터테인먼트 관련 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죠. 그런데 이미 미 명문대에서 MBA를 취득한 선배들이 제 에세이를 보고 지금의 경력과 연관된 장래목표를 기재해야 입학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조언했는데 저는 제 진짜 꿈을 쓰는 게 진심을 전달 할 수 있다 믿어서 그냥 제출했죠. 어려서부터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언젠가 이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하고 꼭 하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진심은 통했다. 2006년 그녀는 합격 통지서를 받고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컨설팅사에서 디즈니로

하버드에서의 생활은 예상보다도 고됐다. 하루 3~4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데 전 수업이 토론식으로 진행됐다고 하니 그 만만치 않음은 더 이상 설명 필요 없을 듯싶다.

"고3 때보다 더 힘들었죠.(웃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이들이 모인 곳인데다 영어가 모국어인 이들과 섞여 공부를 했으니 주눅이 엄청 들었어요. 게다가 토론식 수업에 참여하려면 전날부터 철저하게 수업 준비를 해가야 했으니까 하루 3~4시간도 못자면서 버텼죠. 덕분에 1학년 때는 너무 우울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웃음)"

그러나 그녀는 금세 적응했고 하버드에서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을 쌓았다.

"엘리트라 하면 자기밖에 모를 것 같잖아요? 그런데 하버드에서 그 편견이 다 깨졌어요. 수업이나 시험 때마다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개인교습을 하는 등 열과 성의를 다해 도와줬죠. 자기 공부하기도 바쁜, 시간이 금인 그곳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걸 보면서 저 역시 그들처럼 가진 걸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녀가 디즈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7년 여름방학 동안 디즈니그룹 본사 국제전략팀에서 인턴십을 하면서부터.

"졸업 후 꼭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자리도 없었고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을 뽑을 계획은 더욱이 없어 지원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하버드 졸업 후 2008년 그녀는 세계 최고의 컨설팅 업체로 손꼽히는 보스턴 컨설팅그룹 LA지사에 입사했다. 영주권 스폰서와 15만달러가 넘는 연봉 등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다. 그러다 2010년 그녀에게 디즈니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디즈니 영화사 배급전략팀에서 MBA 컨설팅 경력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에 입사지원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 그녀는 드디어 디즈니에 입성했다. 이전 직장보다 연봉도 현저히 낮았지만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기에 그녀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감 있는 삶을 위해

입사 후 두 차례 부서 이동을 거쳐 현재 그녀는 디지털 해외배급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7년 간의 회사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쉽지 않았죠. 영어도 힘들었고 미국식 기업문화도 익숙하지 않았고…그런데 워낙 제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웃음) 더 꼼꼼히, 더 실수 없이 하려 이 악물고 노력했죠."

최근 그녀가 담당했던 업무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스타워즈 디지털 론칭 프로젝트. 2015년 디즈니는 스타워즈 6편 전편을 디지털화시켜 130여 개국에 론칭했는데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것이다.

"국가별 마케팅 문화를 이해해야만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4 판권을 가지고 있는 폭스사와 계약사항을 따로 조율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고요. 또 시차 때문에 새벽에 출근해 전화통화를 해야 해서 6개월 간 꽤 고생했죠."

그렇다고 그녀가 일만 하는 워커홀릭은 결코 아니다. 2015년부터 서울대 동문들로 구성된 록밴드 '컬리프라이스' 보컬로 활약하며 1년에 2~3차례씩 공연을 갖고 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발레, 요가 클래스도 듣고 여행과 콘서트 관람도 빼놓지 않는 등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만끽 중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인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터에서 영감을 얻고 누군가에게 그 영감을 되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한국 콘텐츠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어느새 미국 직장생활 10년 차다. 지칠 만도,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그녀는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 눈빛을 한 채 세상을 누비고 있었다. 열정이 이끄는 삶을 따라 꽤 근사하게 아주 부드러운 안단테 속도감으로.


글·사진=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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