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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봄비에 젖은 -길상호

봄비에 젖은
-길상호

약이다
어여 받아먹어라
봄은
한 방울씩
눈물을 떠 먹였지.


차갑기도 한 것이
뜨겁기까지 해서
동백꽃 입술은
쉽게 부르텄지.
꽃이 흘린 한 모금
덥석 입에 물고
방울새도
삐! 르르르르르
목젖만 굴려댔지.
틈새마다
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나는 기우뚱
너에게
기대고 싶어졌지.

여기, 삶의 고단함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따스하게 길어 올려 사물을 통한 화해와 용서, 소통 부재를 해소해 가는 시인의 ‘봄비 젖은’은 아직 진행형인 우리 마음의 겨울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시인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봄비를 약이라 칭하며 “어여 받아먹어라” 한다. 그 약은 천지의 온갖 사물들을 흑암에서 살아나게 하는 신묘의 약이 된다.

2017년 봄도 오는 듯 간다. 오라 하지 않아도 오고, 가라 하지 않아도 왔다 가는 제 마음대로 오가는 봄 숨, 참 짧다. 봄 간다. 시간을 주지 않고 왔듯 간다. 상처 난 조국의 민족애를 보듬으며 우리 서로, 서로에게, 봄비가 되어주자. 좋은 것은 모두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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