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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장효정

이민이란 계절풍을 타고
불타는 사막에 떨어진 새 한 마리
꿈밖에 던져진 꿈들이
길을 찾아 물길을 내며 흐르던
건기의 초원


팽팽히 하늘 겨루며 날려 보낸 생의 화살들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는데
사막에서 자라는 것은 바람 뿐
바람을 찢고 날아야 하는 고단한 새의 생은
눈물로 견뎌야 하는 일인 줄 알았네.
헛디딘 삶에 꽃이 되지 못한 시간들
어찌 할 겨를도 없이 놓아버린 시간들이
얼룩으로 박혀 화석으로 핀 나는
가시 돋친 불안을 껴안고 뒤쳐진 발톱으로
자꾸만 떠나온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네.

우리는 이 땅에서 이제 화석이 되어 가는가? 우리 후세들에게 디딤돌로, 기억으로의 화석 말이다. 이 대지의 불타는 사막에 떨어진 한 마리 새, 꿈밖으로 던져진 꿈들, 내면의 길 찾아 물길을 내며 향하던 초원, 하늘 겨루며 팽팽히 날려 보냈던 삶의 화살들, 바람을 찢고 비상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고단한 새의 삶, 그것은 눈물로 건너야 하는 강이었다.

날마다 헛디딘 삶에 꽃이 되지 못한 시간들, 놓아버린 시간들이 어찌할 겨를도 없이 얼룩으로 박혀 화석으로 피던 우리, 가시 돋친 불안을 껴안고 뒤쳐진 발톱은 자꾸만 떠나온 쪽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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