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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문재인 정부 열흘을 보면서

달라졌다. 너무나 달라졌다. 불과 열흘임에도 한국의 새 정부, 새 대통령이 펼쳐 보이는 일들이 다 그렇다. 언론이 전하는 '권력'의 모습부터 지난 정부 때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어떻게 보면 극히 정상적인 그 모습들이 이렇게 뉴스가 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에 익숙해 있었는지 알 것 같다.

변화가 더 실감나는 쪽은 온라인이다. 이제 막 출발한 새 정부의 이모저모와 소감을 전하는 지지자들의 페이스북이나 카톡창은 그야말로 신바람이다. "뉴스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뉴스가 재미있어 드라마 보는 것조차 잊었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새 정부에 대해 조금이라도 잘못된 보도가 나오면 지지자들이 먼저 나서서 바로잡아 준다. 지난 시절 '아니면 말고' 식의 악의적 왜곡 편파 보도에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던 그들인가. 그래서인지 더 이상은 당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여간한 게 아니다.

이렇게 새 정부 출범에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가 않다.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은 60%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새 정부의 행보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안보도, 외교도, 경제도 당최 미덥지가 못하다. 엊그제 광주 5·18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도 당혹스럽다. 그래서일까. "문재인이 싫어서 밤에 달(Moon)도 보기 싫어졌다"는 사람까지 있다. 하지만 그들도 국민이다. 어떻게든 품고 보듬어야 한다. 그게 41.1% 지지율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숙제요 숙명이다.

새 정부 잘 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먼저 정부부터 겸손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 해 놓고 너무 요란하게 떠벌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도 비본질적인 것, 지엽말단 적인 것까지 떠들썩하게 전하지 않았으면 싶다. 더 이상 그런 것으로 아부하지(?) 않아도 과거처럼 블랙리스트나 만드는 시시한 정권이 아닐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공익 우선의 인사다.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 바뀌는 자리는 장차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에 공기업 사장 임원까지 3000~4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많은 자리, 정권 잡았다고 아무나 마음대로 앉혀서는 안 될 일이다. 입현무방(立賢無方) 유재시용(惟才是用)이라는 말이 있다. 연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재주 있는 사람을 쓴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인재 등용의 대원칙이었다. 첫 뚜껑을 연 새 정부 인사가 대체로 호평을 받은 것은 이런 원칙에 어느 정도 입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초심 잃지 말고 끝까지 지켜가기를 바란다. 지난 정권의 실패는 결국 인사의 실패였음을 반면교사 삼아서 말이다.

지지자들도 조금은 자중했으면 좋겠다. 잘한 일에 박수는 치더라도 그게 지나쳐서 '나대는 것'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인간 문재인을 괜찮게 생각하면서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극렬 지지자들 소위 '문빠'들 설치는 게 싫어서라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승리에 도취해 반대자의 마음 할퀴는 행동은 제발 하지 말자. 지금은 통합을 말하기 전에 먼저 이긴 자의 아량과 배려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때다.

끝으로 새 정부가 탐탁지 않은 이들도 조금은 시간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문재인은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비판은 하되 말도 안되는 것들로 뒷다리는 잡지 말자. 더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목표 앞에 진보-보수가 따로 일 수 없다. 선거 기간 동안 보수-진보 갈려 다투긴 했어도 서로 더 멋진 나라 만들자는 경쟁이었지 상대를 박멸시키려는 전쟁을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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