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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인공지능과 환경, 일자리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미래의 공장에는 종업원이 둘밖에 없다.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 사람은 개에게 먹이를 주려고 있고, 개는 사람이 기계를 건드리지 못하게 막으려고 있다." 학자 워렌 베니스의 말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결국 아무도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올해 캐셔가 없는 업소를 연다. 고객은 업소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으로 스캔을 하고 물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가 된다. 현재 미국의 캐셔는 350만 명이다. 일자리가 위태롭다. 또 무인 자동차로 인해 앞으로 10여 년간 미국에서 트럭.택시.버스.배달 운전기사 등 340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 받는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여러 제조업 직종과 조경사, 건축사,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일자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달리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만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는다. 일자리는 자본가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없앤다. 기술의 발달은 모두에게 혜택이 될 수 있지만 소수의 돈벌이에만 이용될 수 있다. 1970년대 초 이래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정보.기술혁명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 않았다. 빈부격차는 심화됐고 극단적인 '부의 쏠림'과 함께 첨단기술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추락은 처참했다. 그리고 대기업 경영진과 노동자의 수입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50년 전 CEO가 노동자 수입의 20배를 벌었는데 이제는 300배 이상이고 격차는 계속 더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탓이 아니라 정보.기술을 소유한 이들의 욕심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에게 새 기회를 줄 수 있다.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감성과 창조력을 발휘할 일을 하면 된다.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손을 잡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물론 앞날은 쉽지 않다. 일자리를 둘러싼 정치의 왜곡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일자리를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환경규제를 반대하는 석유 등 공해산업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해산업의 일자리가 없어져도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대체하면 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러시아 게이트'보다 더 문제다. 정부와 기업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공해산업에 매달리고, 노동력을 더 많이 착취할 생각만 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앞날도 뻔하다.

한국에서는 저출산이 경제성장을 해친다는 주장도 넘친다. 출산을 부추겨 앞으로도 계속 저임금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할 속셈인가? 새 생명의 탄생도 돈벌이 도구로만 보나? 일자리를 향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가난한 부모의 심정은 착잡하다.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기본소득과 취업 보장, 노동시간 단축 등 새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출산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공지능과 환경보호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18세기 말 산업혁명 후 사람들은 하루 10~16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1886년 미국에서 38만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근무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당시 정부와 기업은 노동조합원들을 살해하며 탄압했다. 하루 8시간.주 40시간 노동제는 1938년에야 이뤄졌다. 79년 전이다. 이제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미 컴퓨터 시대에 시작됐어야 했고,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욱 필요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는 파리협정 탈퇴 발표가 나오자 대통령 경제정책 자문 역할을 그만뒀다. 그는 "기후변화는 진짜"라며 탈퇴는 미국이나 세계를 위해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은 무자비한 무기 판매업자였다. 그는 탁월한 기술로 대량학살 무기를 만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됐다. 기술은 쓰는 사람에게 달렸다. 인공지능과 환경, 그리고 일자리도 모두 사람들의 생각과 실천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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