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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분단과 갈등의 수혜자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13일 북한에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내린 그는 산소 마스크를 쓴 채 몸을 가누지 못했다. 1년 이상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 옮겨지는 모습은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했다.

믿기 어렵지만 북한의 주장대로 그가 간첩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호텔에서 선전물을 가져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5개월 전 북한 회견에서 울먹이며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외쳤던 웜비어는 그냥 22살의 젊은이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아들이 15개월 전 회견에서 입었던 같은 옷을 입고 15일 열린 회견에서 울먹였다. 그도 그냥 병든 아들을 맞은 슬픈 아버지였다. 그리고 15개월 동안 혼수상태가 된 그를 이제야 보내주는 북한 정부는 어느 부모도 용서할 수 없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자로 꼽히며 그래서 '극좌파'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양심'으로 존경 받기도 하는 노엄 촘스키 MIT 교수도 북한의 정권은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악'이라고 했다. 북한 정권은 '좌파'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이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세습.독재정권일 뿐이다.

올해는 분단 72년이다. 이렇게 시간만 흐르다 보면 분단 100년도 금새 우리 앞에 올 듯싶다. 언제부터인가 '통일'이란 구호도 더 이상 듣기 힘들어졌다. 통일은 남북 정부가 아니라 남북의 한 겨레가 이뤄야 할 일이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굶고 있는데 툭하면 미사일이나 쏴대는 북한 정부는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유는 현 북한 정권이야 말로 분단과 갈등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분단이 아니었다면 세습 독재와 폭압 정치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도 농작물 수확량이 유엔 기준으로 주민 일일 권장량의 63%에 불과하다.



분단의 수혜자들은 또 있다. 촘스키 교수는 최근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좌담회에서 북한과의 군사 긴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긴장 완화를 위한 여러 제안들이 있지만 한 가지는 무시돼 왔다. 중국과 북한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을 제시해왔으나 이는 거부됐다. 트럼프 정부에게만 뭐라고 할 수 없다. 몇 년 전 오바마 정부도 같은 대응을 했다. 이유는 북한 국경지대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B-52 폭격기의 비행을 중단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북한 정권에 대한 판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권이지만 여전히 이 상황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많다. 촘스키 교수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가 가장 많다고 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대화와 협상보다는 군사력 증강을 더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분단과 갈등의 수혜자는 북한 정권만이 아니라 군사력 증강으로 이익을 얻는 군수업체들이다. 그리고 미 국민들이 낸 세금은 군사비로 펑펑 쓰인다.

한국에도 수혜자들이 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다른 정치세력을 '친북.용공 좌파'로 몰아세우는 이들이다. 이들은 한반도 긴장고조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텃밭이다. 1997년에 일어난 이른바 '총풍사건'은 그 작태를 보여준다. 당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들이 북한 정부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에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른바 선거 때마다 불어오는 '북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권의 부패로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 위해 끝없이 '북풍'을 기대했다. 또 북한이 '주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을 돕는 공생관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분단과 갈등의 수혜자들은 한통속이다. 이들이 없어지려면 해답은 물론 '통일'이지만 갈 길은 한없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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