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온 에어] 사형제도는 필요악?

1993년 오하이오 주 아르콘 출신의 청년 로널드 필립스는 여자친구의 3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숨진 쉴라 마리 에반스의 몸에서는 139개의 멍자국이 발견됐고 복부는 혈액과 공기로 차 있었다. 검시관은 쉴라가 숨지기 최소 48시간 전에 성폭행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법원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쉴라를 수시로 때리고 벽에 던지거나 머리를 잡고 끌고 다닌 적이 있다고 자백했다. 성폭행은 아이가 속옷을 입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동적으로 저질렀다고 말했다.

법원은 필립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배심원을 향해 "실수를 저질렀다. 쉴라를 다시 살려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며 자신은 쉴라의 아버지가 되길 원했다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폭행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고 심지어 성폭행 당시 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던 쉴라의 엄마에게는 최고 30년형이 구형됐다. 당시 필립스의 나이는 19세. 사건 보고서에 기록된 쉴라의 키는 3.1피트, 몸무게는 41파운드에 불과했다. 이후 사형집행은 8번이나 연기된다. 2013년에는 형 집행 당일 필립스가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요청해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전과 윤리적인 문제를 이유로 필립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사형집행에 쓰이는 주사 약물 문제로 형 집행은 다시 연기된다.

2014년 오하이오 주에서 약물 주사에 의한 사형집행 도중 사형수가 10여 분간 고통을 호소했다는 보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연방항소법원에 약물 주사 방식의 사형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필립스는 지난 26일, 사형 판결을 받은 지 24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오하이오 주에서 3년 만에 집행된 사형이다. 전날 밤 마지막 저녁으로 피자와 딸기 케이크, 콜라를 먹고 형 집행일 오전 가족들을 접견한 뒤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사형이 집행되기 10분 전, 필립스는 자신의 죽음을 지켜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쉴라는 지금 하늘에서 천사와 함께 있을 것이다. 고통을 잊고 천사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저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가족에게 사죄한다. 용서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쉴라의 가족들은 끝까지 필립스의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언론은 미국 내 사형집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걸림돌이 돼 온 약물 주사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쪽이 힘을 얻으면서 사형을 인정해 온 주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집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사형집행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처벌 뿐이라는 의견과 사형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초등생 살해사건으로 '사형제도 유지'와 '소년법 개정'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하이오 주 로널드 필립스 사건 기사를 읽어 내려가며 분노가 치밀어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24년이나 더 살게 한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또 어떤가. 그러나 기사 말미, 19살 나이에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청년은 20여 년의 시간 동안 속죄하며 새사람으로 변했다며 그에게 삶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형제도 반대자들의 호소를 읽으며 마음이 흔들렸다. 사형제도 필요한가? 쉴라에게, 인천초등생에게 묻고 싶다.


부소현/JTBC LA특파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