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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여름, 나태함 과의 전쟁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7/31 07:27

이소영/언론인,VA거주

A기자는 마감시간 1시간을 앞두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마감시간이 임박하기 전까지 그는 담배 피우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이리저리 연예 기사를 기웃거리며 시간을 충분히 때운다. 그렇다 보니 마감시간 넘기는 일은 다반사이거니와 뒤늦게 올린 기사마저 오·탈자투성이다. A 기자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나에게는 아직 몇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마감시간이 내 뒤를 바싹 뒤쫓아왔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아슬아슬한 시간에 최종 기사를 송고했을 때의 쾌감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A기자는 아드레날린과 쾌감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항변했지만, 결국은 습관적 늑장 마감일 뿐이다.

습관은 무섭다. A 기자가 처음부터 일찍 기사를 작성하고, 여러 번 퇴고하는 습관을 익혔다면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 수많은 기사는 질적 수준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고약한 습관일수록 고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에 근무하는 찰스 두히그 기자는 매일 오후 쿠키를 사 먹는 습관이 있었다. 얼마 안 가 4kg 정도 살이 쪘다. 습관을 끊으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고, ‘쿠키는 인제 그만!’이라고 쓴 메모지를 컴퓨터 화면에 붙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쿠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습관이 왜 이렇게 강력한지, 쉽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히그 기자는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결과를 담은 책이 ‘습관의 힘'이다.

하루라도 양치질을 거른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 해도 입안에 앙고라 털을 머금은 듯이 까슬하다. 세계 1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이를 닦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펩소던트’ 치약에 개운한 느낌을 주는 첨가물을 집어넣으면서 치약 매출이 급성장했다. 이를 닦을 때의 거품과 닦은 후의 알싸한 느낌이 양치 습관을 형성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펩소던트 광고 이전 6%에 불과하던 양치 인구는 광고 이후 60%까지 상승했다. 굳이 치약을 쓰지 않더라도 이를 닦을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치약 거품으로 헹궈야 깨끗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오랜 습관이 가져온 결과다.

미국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스타벅스’. 매출이 오르는 만큼 고객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항의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의 습관을 조정하는 ‘라테 법칙(Latte method)’을 개발했다. 그 결과 거칠게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꺼져”라고 소리치던 다혈질 직원들이 자제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벅스는 미국 최고의 교육기관인 셈이다.

이렇게 습관은 개인의 삶을 넘어 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무시무시한 요소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아이를 잘 기르고, 돈을 더 잘 벌고, 사회를 개혁하는 등 누구나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그 일들의 중심에는 바로 습관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하는 대로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두히그 기자는 책에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만 가면 간식을 너무 많이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심심할 때(신호) 과자를 먹고, 기분을 환기(보상)한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심심하다는 신호가 주어지면 과자를 먹는 대신 잠깐 서 있거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즉 신호와 보상은 그대로 두고 반복된 행동을 조정하는 것이다.

또 열심히 운동한 후에는 맛없고 건강한 간식으로 자신을 보상하기보다 달지만, 몸에 좋은 과일 주스나 작은 초콜릿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보상을 줬을 때 습관은 즐거워진다고 강조한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될까” 자책하고 있는 당신에게 습관을 바꿀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싶다. 변화를 위한 노력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다만 우리 몸과 마음이 나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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