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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 다를 뿐 비정상은 아니다

그녀의 직업은 편의점 직원이다. 처음 편의점 문을 열었을 때부터 18년 동안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8명의 점장과 셀 수 없이 많은 직원들을 배웅해왔다. 그녀가 36살이니까 일생의 절반은 편의점에서 보낸 셈이다. 학생은 방학 동안 용돈 벌이를 위해, 주부는 낮에 아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구직자는 지원한 회사에 합격할 때까지 잠시만 머물다 떠난다. 그런 편의점에서 어쩌다 그녀는 장기 근속하게 된 걸까?

소설 ‘편의점 인간’(사진) 주인공 후루쿠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기준에 한참 겉도는 사람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세상의 이물질 취급을 받았다. 죽은 참새를 보고 그저 아빠가 꼬치구이를 좋아하니까 “구워 먹자”고 말한 것뿐이고,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말리기 위해 삽으로 머리를 후려쳤을 뿐이었다. 그런 후루쿠라를 두고 사람들은 “분명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가족까지 비난하고 괴롭혔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기로 했다.

사회에 섞이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그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물건을 배치하는 순서와 위치, 계산, 인사법 등 편의점 일은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그것 대로만 움직이면 꽤 괜찮은 부품으로 취급받을 수 있었다. 편의점은 그녀를 정상인처럼 보이게 해줬다. 다만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헷갈렸다. 어느 날 편의점에 그녀와 똑 닮은 30대 중반의 모태솔로 시라하가 찾아온다. 그 역시 사회 규격에 맞춰지지 못한 낙오자였다. 각자 편의를 위해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것’에는 모두 수치가 있다. 스무 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졸업하면 취직을 하고, 직장생활 3년쯤 하면 결혼해서 아이 낳는 과정을 순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남자는 표준화된 규격에서 벗어났다 해서 인간을 간단히 강간해버리는 사람들로부터 숨기 위해, 여자는 계속 보통 인간의 탈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지만, 그마저도 삐걱거린다. 어떻게 해서든 표준화된 수치에 안착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편의점 인간’을 쓴 무라타 사야카 작가 역시 18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다. 작가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상이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매뉴얼대로 살기 위해 대부분 사람은 서로를 흉내 내고 때론 거짓말도 하며 산다.그런 보통 인간인 척하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다르지만, 비정상은 아니다”고 외친다.

소설은 한마디로 ‘평생 비정상으로 낙인 찍혀 사는 여자의 정상되기 프로젝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후루쿠라는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고, 이제 자궁도 노화되었을 테고, 성욕 처리에 쓸 만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남자 못지않게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는커녕 정식 사원도 아닌 알바생이다. 무리가 보기에는 짐일 뿐이다. 서른 중반이 되고 보니 이런 자신의 처지가 위태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회사에 취직하려고도 해봤다. 후루쿠라는 결국 회사 면접시험을 포기하고 편의점에 다시 취직한다. 편의점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은 삭제돼 왔다. 사냥하지 않는 남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는 무리에서 추방당했다. 사냥과 출산은 시대가 바뀌면서 취직과 결혼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취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남들의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굳이 취직과 결혼이 아니어도 본인은 충분히 행복한데도 사람들은 제멋대로 실패한 인생이라 재단한다. 그런 이목이 부담스러워서 우리는 모두 정상인 척 편의점 인간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끝내 규격화되기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인생을 이어나가는 후루쿠라의 모습이 새삼 부러워졌다.

이소영/언론인, V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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