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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돈만 잘 버는 공화당

김종훈 / 경제부장

사실상 무제한으로 돈을 쓸 수 있는 미국 선거에서 캠페인 자금 확보는 승패를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처참한 수준이라 공화당에 몰리는 선거 자금도 형편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최근 정치전문지 '더 힐'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올해 상반기 공화당은 7540만 달러를 끌어 모아 현재 곳간에 4500만 달러를 쌓아두고 있다. 이번 상반기 실적은 대통령 선거가 없는 해로는 역사상 최고였다. 그리고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백악관을 차지한 그 해 보다 더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382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쳐 750만 달러밖에 없다. 상반기 자금 확보 차이가 3720만 달러, 곳간 차이는 3750만 달러다. 민주당은 300만 달러의 빚도 있다.

연일 물의를 일으키는 행보로 만신창이가 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인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힘을 못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ABC와 워싱턴포스트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민주당이 확실한 정체성을 가졌다고 생각한 사람은 37%에 불과하고 단지 트럼프에 반대만 한다는 여론이 52%에 달했다. 또 트럼프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42%-47%였던 지지.반대 비율은 12월 42%-49%, 올해 7월에도 42%-48%로 제자리 걸음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백악관과 의회가 매일 시끄러운데 도대체 민주당은 어떻게 된 걸까?

몇 가지 이유가 확실히 있다. 우선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탈하지 않고 있다. 전체적인 지지율이 떨어졌어도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43%-41%로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공화당은 오히려 저소득층 지방 백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덕에 선거 자금 마련에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200달러 미만 소액 기부가 무려 33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은 1100만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민주당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부유층은 공화당, 서민은 민주당이라는 공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당은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상징성과 개인적 매력으로 정권을 지탱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됐던 이른바 '집권을 위한 보수화'는 수많은 서민들이 민주당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민주당이 부자들만 챙기는 공화당과 다른 것이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철저하게 서민정책을 내세운 버니 샌더스 대신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민주당은 더 많은 유권자들을 잃었다.

트럼프는 이 부분을 파고 들었다. 소수계와 이민자들에게 반감이 있는 지방의 백인 노동계층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도 트럼프가 자신들을 잘살게 만들 경제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가 억만장자들로 장관직들을 채우고, 월스트리트 금융계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더 가깝게 움직이고, 군수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앞장서고 있더라도 등을 돌리지 않는다. 또 등을 돌려봐야 지금의 민주당이 대안으로 여겨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이민자들은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민주당은 확실히 이민사회에 도움이 될 정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현재로는 정말 없어 보인다.

최근 불체 청년들의 추방유예 행정명령(DACA)을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이민자들이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DACA 하나도 지킬 힘이 없어 보인다. 이민자들이 아무리 민주당을 밀어줘도 다시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고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덕분에 지금 공화당은 돈만 잘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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