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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문재인, 북핵 존재감 보여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잠시 주춤하던 한반도 전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젠 '핵전쟁' '서울 불바다' 등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불안감이 엄습한다.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 등에 아랑곳 않고 북한의 핵 위협은 폭주의 길을 걷고, 이에 미국은 북한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와 무역 관계를 중단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북한과 미국의 공포 경쟁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존재감은 초라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최고의 무력 증강' 목소리가 마치 모기 소리처럼 들린다. 북-미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고조될수록 한국의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개인적 담력 대결이라면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치킨게임은 수백만, 수천만 명의 생명이 걸려 있는 '핵전쟁'이 발생하느냐 하는 엄중한 문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거론되는 군사적 옵션은 공멸의 길이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 심지어 미 본토까지 궤멸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군사적 옵션은 이기고, 지는 패싸움이 아니다. 전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는 것은 쌍방이 치유하기 힘든 재앙의 길을 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금 같은 엄청난 무력이 오간다면 한반도는 역사에서 지워질 수도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길에서 마땅히 가야할 길은 평화다. 현재 북미 간의 '공갈 전쟁'이 계속된다면 러시안 룰렛처럼 어느 순간 '실탄'이 발사될 수 있다. 한반도와 미국민을 전쟁 공포로 몰아넣는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려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외교적 해법밖에는 없다.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에서 당부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전쟁) 두고 보자' '북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 교역 중단' 등 제재 일변도로 나가지 말아 달라. 제재와 함께 대화의 시그널도 보내야 한다. 대화에 조건을 달지 말고 일단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엄중한 사태에 북한 문제를 다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선임되지 않는 등 북한 이슈를 제대로 컨트롤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한의 압박과 대화' 병행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북핵 문제를 큰 틀에서 보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있을 때마다 사드 임시배치, 한미 미사일 탄두 중량제한 해제, 미국의 전략자산 공개 요청 등 땜질식 근시안 대응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북미 간 갈등 속에 실종되고 있는 존재감을 되찾아야 한다. 북-미 관계가 아닌, 북-미-한 3각 관계를 형성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광폭 행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과 북한을 향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중국·러시아 정상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에 특사를 파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정착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당당한 위상을 찾지 못하면 한국의 운명은 미국과 북한에 의해 좌지우지 될 비참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쟁 공포를 부추기는 핵·미사일 시험 발사의 동결을 선언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체제 생존을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면 이미 그 목적은 달성했다. 더 이상의 무력 시위는 전쟁 공포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만을 부를 뿐이다. 핵동결 선언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세 사람이 한자리에 앉는 극적인 장면이 하루 속히 펼쳐지길 기대할 뿐이다.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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