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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남매, 셋이 뭉치면 최고 로펌 될 것"

가업 잇는다-'제인 정 법률사무소'

엄마와 남매 3명이 변호사
아들 합류 업무 분야 확대
아직은 경험 더 쌓는 시기
"의로인 입장 살피라고 조언"


제인 정 변호사가 LA한인타운에 '제인 정 법률사무소(Law Offices Of Jane Chung)'를 오픈한 것은 올해로 13년 째다. 그동안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위해 노력한 덕에 나름 성공의 길을 걷고 있고, 커뮤니티 봉사에도 많이 참여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다행히 로펌 운영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 같다. 1남1녀의 자녀들이 차례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같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CPA(공인회계사) 자격증도 있는 아들 에릭(31)은 3년 전부터 합류해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막내딸 미셸(25)은 아직 로펌에 합류하지 않았다. 더 많은 경험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주 공정고용 및 주택국 변호사 일을 좀 더 하고 싶어한다.

정 변호사도 당장은 미셸의 로펌 합류를 권유할 생각이 없다. 남매가 안팎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아 함께 로펌을 이끈다면 자신이 은퇴한 후에도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남매가 공부를 곧잘 했지만 둘 다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변호사를 한다는 게 성격이 좀 맞아야 돼요. 꼼꼼하게 따지는 구석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찾고 공부하는 취미도 있어야 해요.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죠."

에릭은 마케팅을 공부했다. 미셸도 뉴욕대학 시절엔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이라는 사회과학을 공부했다. 물론, 미셸의 공부는 법과 관련은 있었고 우등 졸업에 법원 인턴십까지 했기에 로스쿨 진학 때는 아이비리그의 입학 허가도 있었다.

그러나 미셸은 부모의 학비 부담을 덜어준다며 UC어바인 법대를 택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인디애나주립대를 나와 로욜라 로스쿨을 졸업한 에릭은 택스 LLM(세법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민법과 가정법이 강한 제인 정 법률사무소는 3년 전부터 에릭이 본격 합류하면서 상법에 조세 및 재정, 리빙트러스트까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정 변호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2년 남편과 LA로 유학을 왔다. 그런데, 유학생 신분으로 영주권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전기가 마련됐다.

"상담차 들른 유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엔 생활비 마련을 위해 CPA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변호사 사무실에서 영주권 해결과 상대적으로 좋은 임금을 제시했지요."

한인 이민이 증가하면서 영주권 해결 수요가 크게 늘던 때였다. 마침 유태인 로펌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되는 사람을 구하던 차였다. 그렇게 1987년부터 시작한 로펌 사무장 생활은 두 자녀를 낳고 주경야독 끝에 변호사로 변신해 지금의 로펌 대표까지 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낮에는 사무장으로 밤에는 온라인 법학강의를 들었어요. 주말에는 직접 클래스 공부에 참여해야 했으니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으면 과연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싶네요." 한인타운 윌셔길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유니버시티 로스쿨에서 지난 2000년 J.D.(법무박사) 학위를 받았고 1년 뒤 가주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로펌 2개를 거치며 15년을 사무장으로 있으면서 실무를 직접 챙겼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정 변호사는 사실, CPA 사무실에 다닐 때는 UCLA에서 회계학 공부를 해두기도 했다. 개인 로펌을 꾸리며 상법까지 분야를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투자였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05년 개인 로펌을 차려 독립했다.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됐다고 해서 곧바로 박차고 나오기는 어려웠다. "한인 고객들과 동료가 당장 함께 옮기겠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담당 변호사에게는 독립할 의지를 밝혔고 충분한 시간을 줬던 것이죠." 현재 사무실에는 당시 함께 옮긴 직원과 변호사까지 8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변호사는 직업적 책임과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다는 게 정 변호사의 생각이다. 정 변호사가 한인가정상담소나 한인타운 5개 비영리단체 협의체인 KOA 활동에 적극 참여한 이유다.

한인가정상담소에서는 이사장까지 역임하고 현재도 이사로 남아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족을 돕고 정부 단체로부터 그랜트를 받아 단체 운영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정 변호사는 자녀들에게 모든 문제를 의뢰인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해법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인 정 법률사무소가 지난해 발생한 포터랜치 개스유출 사건과 관련, 주류 유명 로펌인 EL&L과 집단소송에 참여해 한인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그런 이유라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소송 참여 마감일이나 알아둬야 할 일들이 있는데, 주류 로펌은 영어로 된 서류만 나눠주거든요. 읽어 보라는 거죠. 그때, 한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한글로 옮겨 전달하고 컨펌받는 일을 했어요.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찾아서 알려주려는 노력이었죠. 제인 정 법률사무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모이면 법에 관한 얘기가 화두죠"…못 말리는 변호사 가족

요즘 정 변호사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다. 로펌에 합류한 아들 에릭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칭찬이 자자한 탓이다.

컴퓨터에 익숙한 에릭은 자동서류작업 시스템을 도입해 사무실 업무의 효율성까지 높였다.

"서류작업에 매번 똑같이 들어가는 표현들을 자동으로 불러낼 수 있도록 했어요. 사무실 직원들이 그 일로 인해 에릭에 대해 모두 감사해 하고 있지요. 이민 1세대나 기존 업무 스타일에 안주하면 나오기 힘든 창의적 발상이었죠."

하지만 아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이내 참고 있던 한마디를 꺼낸다.

"우리 어머니는 일을 너무 많이 해요. 주말에도 보내오는 각종 문건들 때문에 힘들어요."

지난 5일 모처럼 시간을 인터뷰에 참석했던 막내딸도 거든다.

"정말 대단해요, 우리 엄마. 쉬는 틈이 없어요. 일 하시면서 시험공부도 하고 우리보고 하라고 하면 못했을 일이에요."

정 변호사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아들의 말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일이 앞에 보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내일이고 모레고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이니 조금씩 미리 할 뿐이거든요."

정 변호사는 '앞으로는 주말에 보내는 내용들은 애써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리를 한다. 사실, 정 변호사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아들과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중에는 한가로운 대화가 오갈법도 하지만 대부분 식사가 사무실에서 이뤄지기에 한담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이내 두 변호사는 일 이야기로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법을 더 잘 이해할지가 우리의 화두라고요."


김문호 기자 kim.moon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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