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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말씀과 삶 -박민혁

말씀과 삶 -박민혁

요구하지 않은 기도는 하지 말아줄래요.
나의 믿음은 도덕적이어서요.
많은 이웃을 사랑했어요.
양쪽 뺨 정도는 마음껏 내어줄 수 있지요.
성애도 사랑이니까요.
퍼즐을 꼭 맞춰야 하나요?


예쁜 슬픔 한 조각이 갖고 싶을 뿐이에요.
일생을 학예회처럼 살고 싶지는 않네요.
어린이를 연기하는 어린이는 끔찍하죠.

칠 흙 같은 밤에는 차라리 하늘을 보고 걷듯,
내 기도는 지속되지만
아멘을 발음할 땐 신중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절망은 내 탓이 아니죠.
비극은 생의 못된 버릇 같은 거니까.
강대상 뒤에는 당신 몸에 꼭 맞는 침대
걸려 있는데 아버지 외박이 잦네요.

남을 미워하는 건 이젠 관두기로 했어요.
내 온실 속에는 꽃 피우는 고통만 들이기로.
통증 없는 삶은 결코 범사가 아닙니다.
당신 같은 플라세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형제들이여, 너의 죄는 희대의 형식이어서
제게 돌을 던질 자격을 드리기로 합니다.

<커다란 손에는 잘 벼린 말씀과 한 줌의 인간들,
내 자유의 전장에는 방패 같은 톨레랑스>

칠흑 같은 밤, 그 하늘의 별처럼 걸을 때도 기도는 있어야 했다. ‘아멘’을 함부로 발음할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절망은 우리 탓이 아니다. 통증 없는 삶이란 범사가 아니어서 당신 같은 플라세보가 있어 다행이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기도는 희대의 형식이어서 제게 돌을 던질 자격을 서로 인정하자. <커다란 손에는 잘 벼린 말씀과 한 줌의 인간들. 내 자유의 전장에는 방패 같은 톨레랑스!>
비극 같은 이야기지만 가장 진솔한 기도 같은 <말씀과 삶> 이다. 신이 요구하지 않는 기도는 하지 말 일이다.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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