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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뉴스 독점시대의 종언

10년 전만 해도 어느 집이든 신문 하나쯤 보는 것은 당연했다. 누구에게든 '무슨 신문 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져도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그랬다간 곧잘 난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만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는 머뭇거리거나 '아, 예~ 인터넷으로 보고 있어요'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그 정도는 양반이다. 실상은 인터넷이든 종이신문이든 아예 기사 한 줄, 칼럼 한 편 안 읽는 사람도 적지 않다. 힘들여 읽어야 하는 활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세상 돌아가는 것 알 수 있고, 더 재미있는 소일거리들이 도처에 널려서일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 신문은 필수품에서 소수 애호가들만 찾는 기호품이 되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은 뉴스의 개념까지 바꾸어 놓았다. 전에는 신문이 뉴스를 결정했다. 1면 톱기사는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것이고 한쪽 구석 1단 기사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안이었다. 독자들은 그렇게 신문이 선택하고 등급 매겨준 뉴스를 그대로 믿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는 그런 상황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이 골라주는 뉴스를 믿지 않는다. 근엄한 1면 머릿기사보다 스포츠나 연예인 소식에 더 열광한다. 잔뜩 힘이 들어간 논설이나 해설보다는 말랑말랑한 가십거리나 동물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만 뉴스로 소비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래저래 신문과 방송의 뉴스 독점, 정보 독점은 종언을 고했다.

전통 언론의 권위와 신뢰 추락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적지 않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신문사 역시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언론의 기본이라 할 '사실'과 '객관'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죄'가 컸다. 눈앞의 이익 앞에 공정성은 훼손되기 일쑤였고, 엄정해야 할 비판의 붓끝 역시 권력과 금력 앞에 타협하거나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눈 밝은 독자들이 이걸 모를 리 없었다. 그 대가가 지금의 언론 모습이다.

30년 가까이 신문 밥을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을 대하는 소회는 괴롭고 난감하다. 나부터 알게 모르게 일조했거나 방관했다는 자괴감도 있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신문의 실추된 권위도 아니고 툭하면 '기레기'로 조롱받는, 기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아니다. 그보다는 나름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자부하며 지금껏 일해 왔던 신문이라는 '업(業)의 전통'이 무참히 무너지고 말지 모른다는 절박감이다. 정말 신문의 시대는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일까.



물론 나의 믿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있긴 하다. 어떤 모양으로 신문이 생명을 이어갈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뉴스와 정보 소통이라는 언론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본능임을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곳이 미국인만큼 이민사회의 구심체로서 한글 신문의 역할이 여전히 크고 많다는 확신도 있어서이다.

오늘로 미주중앙일보가 창간 43주년을 맞는다. 처음 신문을 내던 43년 전 그때와 똑같이 지금도 기자들은 열심히 기사를 쓰고 공장에선 밤새워 신문을 찍어낸다. 43년 전 그때와 똑같이 지금도 신문을 찾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명한 결론이지만 신문의 미래는 결국 이들 독자에게 달렸다. 다만 어떻게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둘 것인가는 신문이 더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나는 그 길이 분초를 다투는 속보도 아니고, 현란한 칼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실과 객관에 입각한 불편부당, 대의와 명분 앞에 떳떳한 정론직필이라는 본연의 언론정신 회복이라고 믿는다.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서 내일이면 또 거꾸러지고 말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오늘만이라도 다시 새겨보고 싶은 바람이자 '좋은 신문'을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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