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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나쁜 기억력'이 필요하다

*오! 영원한 친구 오! ( )한 마음 오! 즐거운 인생 예! -가수 나미 '영원한 친구'

*나의 ( )은 나를 한 발짝도 떠나지 않네. ( )을 떼어내려고 애쓰지만, ( )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버티네. 나는 결코 홀로 외롭지 않다네. 나의 ( )과 함께 있기 때문에. -샹송 가수 조르주 무스타키 'Ma solitude'

이맘때부터는 시간의 흐름을 비교적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자질구레한 것마저 '시간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 낮과 밤의 길이, 차가운 기온, 전기장판, 생스기빙, 크리스마스, 달력, 송년회, 새해 덕담. 10월 중순부터 내년 초까지의 시간은 특이하게도 눈에 보인다. 마치 화살표처럼 쭉 이어지는 하나의 선. 그 선상에서 사물은 변형되고, 버려지고, 다시 들어선다.

이 시기는 '불안의 계절'이다.



삼라만상 모든 것은 순서대로 어김없이, 다가오고 멀어지며 합리적으로 반복되는 데 반해 인간의 내면은 두서없이 뒤죽박죽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 시간은 순서가 바뀌어 미래가 먼저 오고 과거가 이후에 오기도 한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방향성은 사실 우리 안에 없다.

외부의 합리성과 내부의 비합리성, 그 어긋난 미세한 흔들림이 불안이다. 그래서 불안은 특별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

불안의 파트너는 후회와 두려움이다. 세 가지 다 무언가 답답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이다. 혼동하곤 하지만, 불안은 현재이고 후회는 과거를 전제로 한다. 공포는 대상이 확실한 미래다.

이렇게 본다면 불안은 과거와 미래를,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두 마음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다. 그래서 한해의 끝자락 무렵 부쩍 불안감이 몰려온다. 지난날의 후회, 다가올 공포.

후회와 공포는 더 좋은 삶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다. 답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불안은 다르다. 후회가 전적으로 과거 시제에서 출발하고 공포가 미래 시제에 맞춰졌다면, 불안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은 현재다. 뒤섞임의 어수선함.

답은 매우 복잡한 3차 함수다. '전에 그랬는 데(과거)…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미래)…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하나(현재)'. 시간의 순서가 순방향이다 갑자기 역방향으로 틀어지고, 또 생각이 앞뒤 꼬리를 맞물고 늘어지며 맴돈다.

불안은 행운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아내(자녀)를 얻고, 좋은 직장 좋은 자리에 좋은 보수를 받고, 심지어 로토에 맞아도 불안은 따라붙는다.

후회와 공포, 행운의 야누스적 친구, 불안의 정체다. 결코 불안을 떨쳐낼 수 없는 이유다. 떨쳐내고, 새로이 맞아들이고, 또다시 떨쳐내는 끊임없는 과정이 인생이리라. 오죽했으면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까지 했다.

불안은 결코 없을 수 없지만, 불안감을 줄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한국의 불안의학회는 불안감 극복 8계명 발표했다. ①불안을 불안해하지 마라 ②불안과 더불어 살기 ③초점을 바꾸어라 ④어쩔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자 ⑤지금 여기 현재를 살자 ⑥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자 ⑦ 그럼에도 살아가자 ⑧ 내가 불안한 이유는 대부분 비합리적이거나 과거 불쾌한 경험에서 시작된 현실의 왜곡된 지각인 경우가 많다 등이다.

와닿는가. 아니라면 아름다웠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의 한마디를 듣자. "행복할 때는 건강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을 때다." 메모하고 기억하는 습관은 성공의 길이지만, 기억 못 하고 'delete'하는 습관은 행복의 길이다.

글 처음에서 두 노래 가사 ( )안에 '불안'을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미가 외친 (행복)과 무스타키가 읊조린 (고독) 사이에 불안이 있다.


김석하 사회부장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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