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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적폐, 골병으로 가는 길

고혈압이나 당뇨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이들은 대개 의사들로부터 식생활을 개선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몸을 정상으로 만들면서 서서히 약을 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는다. 고혈압·당뇨는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꼽힌다. 그러나 생활을 바꿔 건강을 되찾고 약에서 해방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 병에 걸리는 과정은 대개 비슷하다. 나쁜 습관을 지속하고, 탈이 나면 약으로 눈가림해 정상인 것처럼 착각하고, 약 때문에 부작용이 오면 또 다른 약으로 땜질하고, 그러면서 몸은 속으로 골병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후회를 한다.

식생활 개선, 적당한 운동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병을 부르는 사람들은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들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 입맛을 바꾸는 것이 쉽냐 등의 변명이다. 게다가 당뇨·고혈압이 집안 내력이라는 둥 '유전'을 내세우며 몸의 비정상 상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렇게 잘못된 생활습관이 이러저러한 핑계로 지속되다보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적폐(積弊)'가 되어버린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뜻이니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결국은 치명적인 병을 부를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림을 말한다.



세계적인 위장전문의로 미국의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건강 멘토 역할을 해온 신야 히로미 박사는 "병은 자신이 오랫동안 쌓아온 나쁜 습관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그는 저서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에서 "올바른 식사법과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인간은 병이 날 이유가 없고 125세까지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이 암·당뇨·심장병·고혈압 등이 있어 유전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히로미 박사는 "자식이 부모와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것은 유전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된 (식)생활습관을 이어받은 결과"라고 말한다. 생활패턴이 학습돼 같은 질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결국 병이란 나쁜 습관이 쌓인 적폐의 산물이다. '쌓인다'는 것은 한의학에서도 병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열(또는 냉기)·피·체액(진액) 등이 쌓이는 것은 모두 병의 증상들이다.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주고 잘 흐르게 해주는 것이 한방 치료의 핵심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적폐청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새 정부는 지난 정권 시절에 빚어진 비리와 구조적 폐습을 단죄하고 청산해야 새로운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반면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들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을 앞세운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한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안보가 엄중하고 경제가 위기인데 현정부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탐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자는 뜻일 게다.

일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발족했던 반민특위가 친일파와 이승만 정부의 조직적인 반발로 1년 만에 해체돼 친일 청산의 역사가 좌절된 이후 '적당히 덮고 넘어가기'는 대한민국의 '생활습관'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친일파들이 반민특위 해체 구실로 삼은 게 반공·경제·안정인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똑 같은 논리로 적폐청산에 반대하고 있으니 시간이 멈춘 듯하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돌이킬 수 없는 병을 부르듯, 비리와 구조적 폐단을 청산하지 않고 적당히 덮고 간다면 나라의 골병은 깊어진다.

적폐청산은 '잘못된 습관'을 없애 건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에 반대한는 것은 골병든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말과 다를 게 무엇일까.

한의학 박사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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