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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 기고] “무더기 입국 거부, 외교부 졸속행정 탓”

최근 한국인 85명이 애틀랜타공항에서 무더기 입국 거부된 소식을 접하면서 왕복 30시간의 비행과 24시간 구류되는 동안 여행객들이 겪었을 참담함을 생각하니 한숨과 분노가 나온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입국절차가 까다롭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비행시간 내내 입국 거부에 대해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원인 규명을 위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인천공항과 한국 외교부 당국에 있을 것이라는 의외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3년 전부터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염려해왔다. 미국 복수국적자가 되기 훨씬 이전인 1985년쯤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할 때 캐나다 시민권자였던 손위 처남이 미국 취업비자 없이 LA 직장에 사전 채용돼 미국으로 들어가려다 탑승 거절된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이민관리와 세관원들이 캐나다의 주요도시 공항에 파견 나와 사전 미국 입국심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3년 전인 2014년 12월 8일자 신문기사를 통해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인천공항과 일본의 나리타공항에 사전입국심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 외교부가 이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다. 인천공항 사장이 면세점 매출 감소와 미국 CBP 직원들이 총을 차고 인천공항을 활보하는 볼썽사나운 문제 등을 이유로 거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 가지 이유에서 한국 외교관리의 경솔함과 태만, 좁은 식견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외교부의 거절로 85명이 겪은 시간적, 물질적 손해와 그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초래됐다. 작년에 한류스타 걸그룹의 미국공항 입국거부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둘째, 미국 CBP가 제안할 무렵인 2014년도에 한국이 6년간 누려왔던 미국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재연장 불가) 조짐과 위기가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당시 상황과 비자 거부율 증가(10%)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처럼 획득한 미국과의 무비자 협정이 과거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 경우처럼 일방 취소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던 시기였는데도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이 과연 이런 전후 상황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CBP 제안을 쉽게 거절했는지 의심스럽다.

셋째, 한국과 동시에 제안받은 일본은 미국 측 제안을 받아들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민망스러울 만큼의 친미태도 등으로 미루어 일본은 제안을 받을 무렵 한국처럼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넷째, 정치, 경제, 안보 등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과의 연결고리를 가능한 한 견고하게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한국인이라면 미국과의 결속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듣기로는, CBP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외교부 담당자들이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 기존의 체결국들을 순방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알아보러 다녔단 말인가? 이 체결로 인한 그들 국가의 국민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발생했는지, 실익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봤어야 했다. 또한 캐나다가 수십 년 동안 사전심사를 존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분석했어야 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무성의하고 무능한 졸속 행정으로 애꿎은 한국인 여행객만 상처를 받는 결과가 일어났으니 통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쫓겨나더라도 인천공항에서 미리 쫓겨났더라면 상처와 피해의식은 10분의 1에 불과했을 것이다.

미국 CBP의 한국 내 공항 사전입국심사 제안은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교부는 초점을 엉뚱한 곳에 맞춘 결과 ‘미국으로의 마음 편한 여행’이라는 국민이 누려야 할 기회를 박차버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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