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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시든 잎에 녹색 칠하기

어린 시절 우루과이에 살았던 알레한드로 융거(심장내과 전문의)는 기억을 떠올린다. 페르민이라는 정원사 할아버지다. 융거는 페르민 할아버지가 꽃나무들을 관리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잎사귀와 가지가 누렇게 변했는데 그쪽은 바라보기만 하고 뿌리가 박혀 있는 땅에 물을 뿌리고 비료를 주는 것이었다. 어린 융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융거는 왜 시든 이파리와 가지를 돌보지 않고 뿌리만 만지느냐고 물었다. "나무가 아픈 것은 모두 뿌리에서 시작되는 거야. 뿌리가 건강하면 나무도 건강하단다." 융거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는 나무들은 싱싱하게 되살아났다.

융거는 뉴욕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 시절 몸을 혹사하는 바람에 심각한 건강의 위기를 맞았다. 살이 찌고, 앨러지가 생기고, 소화장애, 거기다 우울증까지 겹쳐 만신창이가 되었다. 융거는 심장 전문의 길을 포기하고 인도로 떠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와 한의학을 공부했다. 온전한 건강을 회복한 융거는 몸을 망치는 것은 불량음식을 포함한 온갖 독소들이며, 이같은 독소를 미리 막고 배출시키는 것만이 질병 예방과 치료의 길임을 스스로의 몸을 통해 깨닫게 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융거는 '클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클린'이라는 책은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융거는 20여년 간 환자를 돌봐오면서 다시 페르민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훌륭한 의사는 훌륭한 원예사와 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예를 든다. 어느날 나뭇잎이 시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원예사를 불렀다. 그런데 나뭇잎을 자세히 관찰한 원예사가 "잎을 녹색으로 칠하면 싱싱해 보일 것입니다"라고 했다면 그를 믿겠는가.

융거는 현대의학이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환자'를 바라보지 않고 '질병'만 바라보는 접근방식을 고수하는 바람에 시든 이파리에 녹색칠을 하는 엉터리 원예사 같은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녹색 칠하는 정도가 아니라 병든 가지를 잘라내고 다른 가지를 갖다 붙이기도 한다고 개탄한다. 결국 병의 '증상'만 없애려는 의학이라면 시든 이파리에 녹색칠을 해 결국은 죽게 만드는 사이비 원예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융거에 따르면 우리 몸이 외부의 물질을 받아들이는 경로는 4군데다. 공기나 이물질과 접촉하는 피부, 공기를 흡입하는 폐, 음식을 받아들이는 장(위·소·대장 포함), 여성 생식기다. 피부와 폐를 통해 흡수되는 것은 통제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요소다. 그러나 장으로 보내지는 음식은 우리 몸에 주입되는 가장 많은 외부 물질인 동시에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그의 이론을 압축하면 음식을 통해 각종 독소가 몸에 유입되고, 이것이 대부분의 질병을 부르기 때문에 근본적인 질병 예방과 치료는 세심한 먹거리로 독소 유입을 줄이고, 해독하는 것이다.

각종 식품첨가물이 가미된 가공식품, 농약과 항생제 범벅인 채소와 육류 등은 몸에 독소를 집어넣는 1등 공신이다.

융거는 유기농 채소 위주의 클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고질병들을 치료하고 있다.

한국의 최지훈이라는 독자는 클린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진 점 5가지를 밝히고 있다. 의욕과 활기가 넘친다/쉽게 잠들고 아침에 푹 잔 느낌으로 일어난다/자주 체하던 증상과 두통이 사라졌다/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몸에 좋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당긴다.

시든 잎을 녹색칠로 살릴 수 없듯, 병든 몸은 독소를 '클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그의 의학적 혜안에 크게 공감한다.

참고로 그가 권하는 아침 셰이크는 정수한 물, 너트 밀크, 시금치, 아보카도, 견과류, 단백질 분말, 아마씨, 천일염 약간 등을 믹서로 갈아 만든다.


이원영 / 논설실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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