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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마음을 읽는 책장]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1/29 07:34

언론인

선생님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모범생 친구가 수능을 망치고 듣도 보도 못한 변두리 전문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말로는 “세상에! 어떻게!”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걱정해놓고 돌아서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친구가 수능을 망쳤다 해서 내 생활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기분 좋아지는 심리는 뭘까?

친구의 불행에서 느껴지는 행복, 그리고 뒤이어 밀려드는 죄책감. 인정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감정이 있다. 이런 종류의 즐거움을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hadenfreude)’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쌤통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쉬운 예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보자. 2010년 당시 장문복은 힙합을 좋아하는 진지한 중학생이었지만, 투박하고 어설픈 랩 실력은 원곡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탈락한 뒤 한동안 장문복을 조롱하는 기사와 댓글이 넘쳐났다. 장문복의 우스꽝스러운 랩 실력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순진하고 재능 없는 소년이 출연해 망신을 당하는데 즐거워한다. 오히려 대부분 시청자는 “내가 해도 저것보단 낫겠다.”고 자기 멋대로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실력으로 덜컥 덤빈 참가자를 한순간 바보로 만들고 조롱하면서 사람들은 쾌감을 느낀다. 실제로 남들의 불행이 우리에게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주기에 즐거워할 수 있다. 장문복이 무대 위에서 조롱을 받는 만큼, 그러니까 그의 지위가 ‘낮아진 만큼’ 내 지위는 ‘높아지는’ 반사 이익이다. 이것이 쌤통 심리다.

이런 심리는 비교를 통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인간의 사회성에서 기인한다. 대학 입학할 때에도 성적이 더 뛰어난 사람이 우선 선발되고, 올림픽에서도 100m 달리기 기록이 더 빠른 사람이 금메달을 딴다. 생존과 번식에 있어 가장 중대하고도 단순한 사실은 다른 개체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태초부터 경쟁과 비교의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자기 스스로 타인의 불행을 합리화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는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심리가 있다. 우리 속담에 아주 적절할 표현이 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부러움과 질투는 한 끗 차이여서 이내 타인이 누리는 정당한 이익조차 부당해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질투를 인정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종종 혐오, 증오, 분노의 감정으로 질투심을 표현한다.혐오의 가면을 쓴 질투는 조금씩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롭고 응당한 증오로 변해간다. “부모덕에 잘살면서 나를 무시해? 당해도 싸.”

부러움이 질투로, 또 혐오로 치환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다. 유대인이 독일 경제와 문화를 독식하는 세력으로 떠오르자 히틀러는 그들을 질투했다. 유대인이 미움받아 마땅한 민족이라고 스스로 이해시키고, 질투심을 공유하던 독일인들을 움직여 정의로운 단죄를 감행한다.

내 마음의 음습한 밑바닥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고? <쌤통의 심리학>(사진)을 쓴 리처드 H. 스미스 박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어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당연히 없앨 수도 없는 감정이라고 단언한다. 다만 그 감정이 생겨날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 쌤통이라고 고소해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는지 이유를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인간이기에 마음속 저울 한편에는 쌤통 심리와 대등한 공감 능력과 이기적 행동을 금하는 도덕심이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양팔 저울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다. 결국, 자존감으로 연결된다. 자기애로 가득 찬 사람은 사회적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상대를 보기 때문에 쌤통 심리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더불어 내 안의 질투와 쌤통 심리를 솔직하게 인정하면 적어도 치졸한 우월감, 비겁한 열등감 같은 자기만의 함정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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