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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만 명이 찾는 치즈의 '메카'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틸라묵 Tillamook

마켓에서 만난 나이든 백인이 대뜸 나를 보더니 눈을 부라리며 너의 나라로 돌아가란다. 촌스럽고 탐욕스러운 캠프장 백인 여주인은 자기 멋대로 자리를 옮겨놓고 우리에게 전화를 해댄다. 캠핑장으로 돌아가 항의를 했다. 어처구니없게 경찰을 부르겠단다. 같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맞불을 놓고 말싸움을 했다.

포틀랜드에서 가까운 틸라묵은 여름 관광객이 많다. 장사 잘되는 틸라묵에 돈을 좇아 날아든 타지인일거라 생각해보지만 당하고 나니까 이민자의 서러움이 느껴진다.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이 이들을 부화뇌동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인종차별 국가인 미국에 유색인종으로 이민 와서 사는 게 후회스럽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들도 모두 유럽에서 이주해 와 원주민을 몰아내고 땅을 강탈해 주저앉은 이민자 아닌가. 풍광좋고 인심좋아 상냥한 사람들만 만났던 오리건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틸라묵을 향해 머리도 두지 않겠다고 혼자 말해 본다.

작년 오리건 코스트를 경유해 알래스카로 향하면서 갈 길이 멀고 바빠 틸라묵을 지나쳤다. 꼭 1년만에 다시 찾았다. 근처에 목장도 눈에 띄지 않는데 틸라묵에 들어서자 소똥냄새가 풍겼다. 5000여 명이 사는 개성 없는 소도시가 틸라묵의 첫인상이었다.



고기보다는 유제품을 좋아하는 탓에 관심이 많던 탈라묵 치즈 공장을 방문했다. 장사가 잘되는지 틸라묵 치즈공장은 증축을 하고 있었다. 시식코너, 기념품점, 식당을 갖춘 건물 안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긴 줄을 서서 무료 치즈를 시식했다. 마늘이 들어간 치즈를 충동구매 했다.

오늘날 세계에는 10억 마리의 양,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 이상의 소가 있다. 소의 자연수명은 20~25년이고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농장의 송아지는 출생 직후 어미와 분리되어 좁은 우리에 가둬진다. 송아지는 여기서 평균 4개월의 일생을 보낸다.

결코 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며 다른 송아지와 놀지도 못하고 심지어 걸을 수조차 없는 좁은 곳에서 사육된다. 송아지의 근육이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근육이 약해야 부드럽고 즙이 많은 송아지 스테이크가 되기 때문이다.

유제품을 생산하는 낙농업은 암소가 새끼를 낳은 다음 새끼가 젖을 빠는 동안만 젖을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출생 직후 새끼를 분리시키거나 도살하고 어미의 젖을 가능한 한 오래 짜낸 뒤 다시 임신시키는 것이다. 출산한 지 60에서 120일 내에 또다시 수태한다.

송아지는 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미에게서 떼어내진다. 암송아지는 젖소로 길러지고, 수송아지는 소고기 생산 업자에게 넘겨진다. 낙농 농가의 젖소는 약 5년 길게는 7년을 산 뒤 도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5년 동안 젖소는 우유를 최대 생산하기 위해 항상 임신 중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소는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 오래 살아도 치즈보다는 두부가 좋고 쌀밥에 두부를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가 좋다. 하지만 미국에 살며 여행을 하다 보면 치즈를 안 먹을 수 없다. 서양의 전통 음식인 치즈는 나에게도 친숙한 음식이 됐다. 단백질과 칼슘 등의 필수영양소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음식천국 미국에는 치즈 종류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오래 전 몽골지역의 유목민이 키우던 양을 전통방식으로 도살하는 것을 다큐멘터리로 본적이 있다. 유목민은 양이 죽는 순간에도 고통스럽지 않게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도살을 하면서 기도를 했다.

"네가 있어 내가 산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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