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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 2018년, 조선에서 길을 찾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자신의 그림, ‘세한도’에 발문으로 인용한 논어 구절이다. 다른 나무들과 같이 내내 푸르렀을 때는 그 진가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시들고 벌거벗었을 때야 비로소 변함없이 푸른 저력을 발휘한다.

‘세한도’를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초라한 집 한 채와 고목 몇 그루가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는 이 그림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의 굴곡진 인생에서 짐작할 수 있다. 추사는 집권세력인 안동 김씨의 미움을 사 여러 차례 수난을 겪는다. ‘세한도’는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역관으로 중국에 다녀올 때마다 귀한 서적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보내준 답례였다. 유배 간 뒤에도 스승을 외면하지 않고 유배 가기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대해준 제자에 대해 고마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공자가 겨울이 되어 소나무나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듯이 김정희 자신도 어려움에 빠지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함영이 작가는 수필달력 <2018년, 조선에서 길을 찾다>(사진)에서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한도’를 제일 앞장, 1월에 소개하고 있다. 유난히 폭풍 같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는 각오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바탕 소용돌이를 마주할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있다. 역사는 도돌이표 같아서 어떤 형태로든 반복되기 마련인데, 과거는 어떻게 흘러왔을까? 조선 시대 역사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매달 소개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현실 정치와 조선의 역사가 묘하게 겹쳐있기 때문이다. 견뎌내고 다듬어온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면 새해는 기대가 더 클 것이다.



추운 겨울, 따끈하게 몸속을 덥혀주는 설렁탕의 유래를 아는가? 농사법을 가르쳤다는 신농씨와 후직씨를 주신으로 제사를 지내던 선농단. 매년 경칩이 지난 뒤 첫해일(돼지날) 택해 제사를 지내고 나면 임금이 직접 밭을 가는 친경의식을 거행하면서 농업의 소중함을 알렸다. 의식이 끝나면 음식을 백성들과 고루 나누어 먹기 위해 부족한 고기를 푹 고아 국물을 내어 돌렸다. 이것이 설렁탕의 유래다. ‘백성은 누구나 소중하다’는 위정자의 자세가 묻어 나오는 대목이다. 신농제는 순종 융희 3년(1909)을 마지막으로 일제에 의해 사라졌지만 푸근한 설렁탕 정신만큼은 잊지 말아야겠다.

조선이 너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면 정동길을 가보자.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경향신문으로 가는 정동길. 궁궐과 마포나루가 가까워 아관파천으로 유명한 러시아공사관 등 외교가들이 들어서며 이름값을 높였다. 외교가를 타고 들어온 신문물은 이곳을 시작의 터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개신교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정동제일교회, 최초의 근대식 중등교육기관인 배재학당과 여성 교육의 서막을 알렸던 이화학당,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자리까지 숨바꼭질하듯 이 언저리에 숨어있다. 서울의 가장 낭만적인 길로 꼽히는 정동길을 걷다 보면 새 시대를 향해 분주히 움직였던 조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선은 기록과 보존의 나라였다. 특히 임금을 중심으로 한 정사, ‘조선왕조실록’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기록문화에 등재될 정도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의 기록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정약용을 발굴한 정조로부터 사람다움의 길을 묻고, 시대를 앞선 천재 성군 세종으로부터 소통의 리더십을 묻는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역사를 꼼꼼히 되짚어보면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소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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