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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그 주님의 그 제자

조선시대 수많은 석학중에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맞섰던 내암 정인홍이 있다. 그는 높은 관직을 열아홉 번이나 사양하며 벼슬길을 마다했고, 마음을 경계하여 검을 턱 밑에 괴고 반듯하게 꿇어앉는 자세로 살았다고 한다. 단재 신채호가 을지문덕, 이순신과 함께 한국사의 삼걸중 하나로 꼽을 정도다.

그러한 그를 가르친 이가 남명 조식이다.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학문으로 이름을 떨쳤던 남명은 인종, 명종 그리고 선조에 이르기까지 열두 번이나 관직을 사양하고 오히려 선조에게 조정이 썩어가는 모습과 왕을 꾸짖는 을묘사직소를 올렸다.

그는 허리춤에 방울을 달아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몸가짐을 조심했고 검에는 경(內明者敬)과 의(外斷者義)를 새겨 혼미할 때마다 턱 밑에 칼끝을 세워 자신을 깨웠다. 내암이 가지고 있던 검은 바로 남명이 물려준 것이었다.

제자란 무릇 스승을 따르는 이들이다. 그 삶의 족적이 스승의 발걸음과 같은 곳을 향하고 그 흔적 속에 스승의 향기를 품는다.



오늘날 교인은 많으나 제자는 적다는 말에 들어있는 아쉬움이 여기에 있다. 무릇 세상의 제자도 스승을 따르기 위해 턱 밑에 칼을 세우는데, 영원하신 주님의 제자인 우리가 말씀으로 자신을 찌르지 않는다면 어찌 제자라 말할 수 있을까.

말씀을 사모한다면 주님께서 하듯 할 것이요, 기도에 정진한다면 주님께서 하듯 해야 할 것이다. 남을 도우려 한다면 내가 아니라 주님께서 하시는 일처럼 해야 하며, 사람을 대한다면 마치 주님께 대하듯 마음을 다해야 한다.

주님은 칼에 글을 새겨 남기시지도, 방울을 물려주시지도 않았다. 주님은 오히려 제자를 위해 죽음에게 자신을 내어주시고, 자신을 주셨다. 주님은 우리를 가르쳐 살리신 것이 아니라 그분 자신이 우리의 구원, 우리의 생명, 우리의 지혜, 우리의 의가 되어주셨다.

우리 자신을 닦고 세워 얻은 것이 아니니 모두 은혜요, 우리의 자랑이 될 수 없으니 낮아짐이다. 주님의 제자는 단지 따르는 자가 아니라 그가 내 안에 사는 것이요, 내가 아니라 주님이 사는 것이다. 우주를 창조하시고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충만이 우리를 충만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가 우리의 스승이요, 왕이시며, 주님이시고 우리의 친구이며 영원한 생명이요, 기쁨이며 우리의 찬송이시다.

남명과 내암에게 눈이 가는 것은 그 스승에 그 제자이기에 그러하다. 그 주님의 그 제자라는 말이 그리워져서야 쓰겠는가.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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