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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연구원 선교 보고서 발표 "숫자로 보여지는 선교는 이제 끝났다"

선교사 파송 증가율 1% 미만
사실상 정체 상태에 접어들어

10여년 전만 해도 증가율 15%
선교 지원하는 교회 동력 감소

양보다 질적 선교 고민 필요해
1세대 선교사 은퇴 문제도 화두


미국에 이어 '세계 선교사 파송 국가 2위'. 한국 및 한인 교계에 붙는 수식어다. 전세계에 나가 있는 한인 선교사는 전부 몇 명일까. 지난 2일 한국선교연구원(KRIMㆍ원장 문상철)이 '한국 선교 운동 동향'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인 선교 현황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2017년 12월 말 기준) 159개 국가에 총 2만1220명의 한인 선교사가 파송됐다. 이는 전년(2만1075명)에 비해 겨우 145명이 증가했다. 0.69%의 증가율이다. 1% 미만의 증가율은 사실상 정체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이는 선교가 더 이상 숫자나 통계가 아닌 질적 향상에 치중해야 할 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숫자로 보여지는 선교는 이미 끝났다."

LA지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A선교사의 말이다.



A선교사는 "그동안 교계의 선교 전략은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후원이 부족해도 '일단 보내자'라는 식의 파송과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과정보다는 결과론적 사역에만 치중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미 수년 전부터 선교계 내에서는 전략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이었고 '전세계 선교사 파송 국가 2위'는 허울만 좋은 명칭일 뿐 사실상 선교에 대한 관점이 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한국선교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파송 선교사 증가율은 0.69%(전년 대비 145명 증가)다. 이는 연구원이 지난 1979년부터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미주지역 한인교회는 4300개 이상, 한국에는 6만여 개의 교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선교사 파송은 사실상 정체 현상에 들어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선 파송 선교사 증가율은 1990년대 무려 35%에 달했다. 불과 10여 년 전(2006년)까지만 해도 선교사 파송 증가율은 15%였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들어 2014년(1.9%), 2015년(1.01%), 2016년(1.94%) 등 급격히 증가율이 하락했다. 현재는 교회 숫자나 구조와 비교해 선교사 파송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선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선교연구원측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교인 수가 감소했고 선교 현장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는 교회 동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교 지원의 동력이 떨어진 것과 함께 선교 현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직시와 전략의 재수립도 요구된다. 그동안 파송에만 치중한 나머지 질적 선교에 대한 고민이 등한시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B선교사는 "사실 선교지에서 같은 한인 선교사끼리 협력하는 경우는 드물고 보이지 않는 경쟁에 시달리는데 결국 이면에는 생존 문제가 걸려있다"며 "선교사는 파송 교회 1곳과 여러 후원교회들을 통해 사역을 감당하는데 선교사가 너무 많다 보니 매년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효율적, 협력적인 사역보다는 보여주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후원 동력에 비해 선교사가 너무 많아서 지원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 후원을 받는 선교사들도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

LA지역 한 선교단체 관계자는 "선교사들이 매달 100~200달러 라도 지원을 받으려면 사실상 교계 인맥도 필요하고 해외 선교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교회가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 그마저도 언제든지 후원이 중단될 수 있다"며 "선교사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렸기 때문에 후원 교회와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고 교회 입장에서는 선교사 한 명에 대해 충분히 후원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고 전했다.

양적 성장에 치우친 선교계의 구조 때문에 생겨난 폐해도 있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미국 교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예로 미국 최대의 남침례교단의 경우 경기침체와 교세 위축 등으로 인한 재정난 극복을 위해 최근 해외선교사의 15%를 줄이는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했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교회들의 사회적 이미지가 안좋고 효율적이지 못한 전략 등으로 인해 기존 교계의 선교 전략을 무시한 채 급진적 성향을 보이는 일부 선교 단체들이 최근 수년 사이 난립하기도 했다"며 "분명 그러한 선교 단체들이 선교 현장과 지역교회에 끼친 악영향이 크지만 그만큼 교계 차원에서 선교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 없이 개별교회 중심주의, 양적 선교 치중, 결과 중심 등으로 진행돼왔던 부분에 대해 자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분배가 없는 무분별한 파송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선교사는 "선교사가 나가 있는 지역을 보면 편중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데 재배치의 필요성이 있다"며 "무조건 선교사 숫자가 많다고 자랑만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6년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동북아시아(6430명), 동남아시아(5575명), 북미주(3196명)에 전체 선교사의 절반에 가까운 인력이 몰려 있었다.

이를 위해 선교계 관계자들은 ▶지역교회(local church)'와 '선교단체(para church)'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 형성 ▶동원력만 앞세우고 전문성이 결여된 선교는 지양 ▶단기 선교 차원이 아닌 선교 현장에 대한 심층적 모니터링과 전략 수립 필요 ▶글로벌 시각을 가진 젊은 선교 인재들 양성 ▶자립형 선교 개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선교사 파송 정체 못지 않게 선교사들의 은퇴 문제도 화두다. 어느덧 한인 선교 역사는 30~40년에 이른다. 이제는 초기에 파송됐던 선교사가 은퇴하는 시기다. 이들을 교계가 수용 또는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의 점검도 필요하다.

미주선교단체협의회 김정한 목사는 "실제 젊은층의 선교사 지원 감소, 지역교회의 선교 지원 저조, 선교에 대한 무관심 등의 흐름과 맞물려 은퇴 선교사 처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예전에 많이 보냈으니 이제 그만큼 돌아오는 사람도 많아질 텐데 현재 교계의 선교 재생산력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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