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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미투' 앞장선 여검사의 용기

"당신에게 175년, 2100개월 형을 선고합니다.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서 나갈 자격이 없습니다."

30여년간 160여 명의 체조 선수들을 성추행, 성폭행해 온 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에게 지난 24일 내려진 판결이다. 래리 나사르는 피해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언론이 피해 여성들의 거짓말을 침소봉대했다는 나사르의 편지를 읽던 판사는 급기야 편지를 집어던져 버렸다.

나사르의 심리가 진행된 7일간 156명의 여성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여성들은 때론 눈물을 때론 분노를 쏟아냈다.



미국 체조 마루운동 챔피언이었던 마티 라슨은 15~16세 때쯤 집 샤워실에서 벽에 일부러 다치려고 머리를 부딪쳤다고 털어놨다. 나사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자해를 했다는 것이다.

나사르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다감하고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의사였다. 1986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대표 여자 체조팀 주치의로 일했고 올림픽도 4차례 참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입을 통해 드러난 나사르의 실체는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 대부분은 10대 미성년자였고 가장 나이 어린 피해자는 6살에 불과했다.

나사르는 선수의 부모가 함께 있는 방에서도 대담하게 성추행을 저질렀다. 나사르에게 중형이 내려진 것은 그가 어린 소녀들을 심리적으로도 이용했기 때문이다. 운동 중 몸을 다쳐 상처를 입은 소녀들에게 자신이 아픈 몸을 낫게 해줄 유일한 사람으로 믿게 세뇌했다. 실제로 일부 선수들은 그를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믿기도 했다.

그의 추악함은 체조선수 출신인 한 여성 변호사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레이첼 덴홀랜더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낱낱이 고발했고 수치심 때문에 입을 닫고 있었던 여성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덴홀랜더의 용기가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성폭력 후유증을 겪고 있었던 여성들을 전사처럼 싸울 수 있도록 했다.

한국시간 25일 JTBC 뉴스를 통해 방송된 나사르 관련 리포트에는 씁쓸한 부러움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성폭행 관련 처벌에 관대한 한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줄을 이었다.

파렴치한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사법시스템을 생각하면 어린 소녀들을 치료해 준다며 몹쓸 짓을 한 나사르를 다시는 사회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한 판사의 의지와 미국의 법은 한국에도 절실하다.

29일 JTBC '뉴스룸'에서 현직 여검사가 전직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기사가 보도됐다. 이어 직접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한 서지현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내에서 성희롱, 성추행, 심지어 성폭행도 이루어진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나사르의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체조협회와 나사르가 속해 있던 미시간 대학, 올림픽 위원회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조직 내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성폭력 범죄를 뿌리째 뽑겠다는 의지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개혁은 이루질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여 검사의 용기가 이대로 묻힐까 두렵다.


부소현 JTBC LA 특파원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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