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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마션, 귀농인 볼 만한 농업 영화

일본 원작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
홀로 귀농한 젊은 처녀 이야기 그려

임순례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작은 영화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글로리데이'와 같은 규모 있는 상업영화까지 만든 감독이라 이름 정도는 아는 터였다. 이번에 개봉하는 '리틀 포레스트'가 귀농·귀촌 영화인지라 흥미롭다.

'리틀 포레스트'는 원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코모리라는 일본의 시골 마을에 홀로 귀농해 사는 젊은 처녀 이야기다. 농사를 척척 거침없이 지으며 계절에 나는 식재료를 직접 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2편의 영화에서 모두 28개의 음식과 1개의 디저트를 만든다.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음식 하나씩 만들어 먹는 과정이 일본 영화답게 담담하게 그려진다. 정말 담담하고 잔잔하다. 오죽하면 인터넷에서는 '잔잔한 일본영화'라는 검색어가 있겠는가.

주인공은 엄마가 가르쳐준 레시피대로 요리한다. 그래서 더 맛있나 보다. 왜 집을 나갔는지 몰라 원망스러운 엄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먹던 음식을 떠올리며 식재료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다듬어 차근차근 조리해 한 상 차리고 친구와 마을 아주머니들과 나눠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귀농·귀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보통 귀농·귀촌 목적은 세속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농촌 생활을 즐기려는 것일진데, 뭐하는 걸까.

일본도 농촌이 팍팍한가 보다. 가끔 귀농·귀촌이라든가, 농촌 현실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는데 현실적 표현이 인상적이다. '한계취락 주식회사'라는 드라마는 고령사회에 진입해 몰락해가는 마을을 농민들과 경영 컨설턴트가 만나 재건한다는 내용이다.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과 가족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한계 취락'은 한계에 다다른 마을을 뜻한다. 일본 농촌 마을의 성공 사례를 모아 NHK가 드라마로 만들었다. 전원일기류가 아니라 팍팍한 농촌을 어떻게 재건할지 고민이 묻어난다.

도시 청년의 벌목장 에피소드 '우드잡'

도시에 일자리가 없어 노는 청년이 산으로 가 벌목장에서 일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찍은 '우드잡'이라는 영화도 재미있다. 도시에선 청년 실업이 문제이지만 지금 농·산·어촌은 일 할 사람이 없다. 일자리가 없다는 젊은이들이 벌목공의 세계를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직업엔 귀하고 천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농촌에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필자는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을 농업 영화로 본다. '인터스텔라'는 지구와 우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스토리로 한국에서는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주인공(매튜 맥커너히)은 지구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옥수수와 같은 식재료가 바닥나 인류가 멸망할 즈음에 시공 여행을 시작했다. 영화에서 식량 위기가 자연재해에서 왔지만, 현실에서는 식품회사의 과도한 이윤 추구 때문에 생길지 모른다.

'마션'은 화성에 불시착한 우주인이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우주인(맷 데이먼)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먹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비닐하우스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그것도 화성에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농사를 저렇게 지어도 되나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맷 데이먼의 감자를 생태 분야에서는 '우주 식량'이라고 부른다. 우주인이 지구에서 우주로 날아가면서 먹는 압축된 음식과 우주의 척박한 상황에서 직접 길러 먹는 식량이 '우주 식량'이다.

지금 우주 식량으로 주목받는 것이 곤충이다. 뛰어난 생존력과 번식력, 영양분을 갖춘 것이 곤충이라 농업에서는 '산업 곤충'이라는 명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메뚜기, 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 귀뚜라미와 같은 것이 식용 곤충이다.

우리는 이미 만화영화 '밀림의 왕 레오'에서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잡아먹지 말고 곤충을 먹자며 애벌레를 나무 둥지에서 키우는 장면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귀농·귀촌과 농촌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가 꽤 있다. '전원 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같은 드라마는 전설이다. 2014년 방영된 '모던 파머'는 매우 유쾌한 귀농·귀촌 드라마다. 이하늬, 이홍기, 이시언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워낭 소리'를 통해 인간과 소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가축을 식구처럼 생각하며 사는 게 웰빙 라이프이라는 것이다.

최연소 귀농인 영화 '집으로'

배우 유승호의 데뷔작인 '집으로'는 최연소 귀농·귀촌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어린이 유승호는 시골 생활이 낯설어 투덜거리지만 응석을 받아 주며 너그러이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에게 커서 뭐하고 싶으냐고 하길래 "영화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니 그냥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판과 일본 원작을 비교하며 보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의 농촌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더라도 아름답고 뜻 있는 인생을 누리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기회다. 귀농·귀촌인들이 영화 한 편 보면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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