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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소설 <카지노>(사진)에는 바카라에 맞서는 도박사들이 등장한다. 도박사가 과연 직업일 수 있을까, 카지노에서 돈을 버는 일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의문이 들지만, 이들에게 게임은 이미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듯하다. 소설은 자살하려는 도박사 서후와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아 나선 은교가 네팔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은교는 그곳에서 카지노 대부에게 빚을 지고 협박당한다. 같은 호텔에 투숙한 서후는 바카라로 돈을 따 은교의 빚을 갚아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배경이 왜 하필 네팔일까? 필리핀, 마카오 카지노에서 큰돈을 잃은 사람들은 다음 행선지로 네팔을 택한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새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네팔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카지노 최소 베팅 금액이 낮다. 그런 이유에서 세계 각지의 카지노에서 돈을 몽땅 잃은 사람들이 도박의 막장으로 불리는 네팔 카지노를 마지막으로 찾는다. 네팔 카지노에서조차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은 히말라야 산에 자살하러 오르거나 권총을 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것이 네팔 카지노의 오랜 전통이다.
은교의 동생 또한 네팔 카지노에서 전부를 잃고 에베레스트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더는 삶의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찾으러 왔다가 누나까지 카지노 게임에 빠지는 모습은 누구나 도박 폐인이 될 수 있으며, 그 말로가 얼마나 암담한지를 직접 경고하고 있다.
50연승 대기록, 3000만 원으로 176억을 이겨 마카오 최고의 프로 갬블러로 불렸던 우필백은 바카라 학교를 세워 불패의 도박사 한혁과 혜기를 창조해낸다. 유 회장은 강원랜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혜기와 한혁을 영입해 계획적인 도박판에 빠져 자살한 동생의 복수를 꾸민다. 이후 최고의 도박사 서후와 한혁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베팅 테이블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한 판 승부를 펼치는데…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할까? 카지노 게임이란 본래 지는 것이다. 숱한 패배 속에 살아남은 지혜를 터득하고자 하는 인간의 몸부림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도박이란 본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인간의 숙제이다. 우필백에 의해 제조된 한혁과 혜기는 도박에 이기게끔만 설계되었다. 처음부터 지는 사람은 없다. 조금 이기면 긴장이 풀어지고 더 큰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의 심연에 하염없이 돌팔매질하게 되고, 욕심의 포로로 파멸을 맞는다. 이긴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주변을 모두 황폐화시키고, 본인 역시 삶을 그르치고 만다. 그런 두 사람에게 서후는 패배를 가르쳐주었다. 기계적으로 돈을 위해 일하면 결국 돈에 치여 삶을 망친다는 진리를 알려주었다.
“첫 벳이 5나 10이어야 해요.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될 때에만 말이지요. 이긴 돈이 쌓이면 한 번에 다 벳을 해도 좋아요. 그러나 그 벳이 죽으면 다시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한 벳을 해서 본전을 지키면서 게임을 해야지요.” 카지노에서 15억 원을 잃고 파산한 뒤 마지막 재기를 노리는 형천에게 서후가 한 조언이다. 소설에서 형천은 그가 목표했던 1억 원 수익이 가까워져 오던 무렵 서후의 조언을 무시하고 냉정함을 잃는다. 결국 모든 돈을 잃고 만다. 도박판에서는 돈을 따는 기술보다 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만할 줄 아는 절제력이 능력이다.
흔히 인생을 도박이라 표현한다. 불확실성의 연속인데다 그곳에 법칙 따위는 없다. 다만 지고 이기는 결과만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인생 도박이 재미있는 이유는 고비마다 던지는 승부수가 꽤 재미있는 결과로 돌아오기도 해서다. 숱한 좌절의 경험이 혜안을 선물해주기도, 예상치 못한 인연을 선물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소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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