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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과 한국의 대표다"

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 '천재 소녀' 클로이 김
눈부신 기량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영웅' 탄생
뒷바라지 헌신한 아버지 "아메리칸 드림 이뤘다"

스노보드 ‘천재 소녀’ 클로이 김(한국 이름 김선·17세)이 미국인들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한인 2세인 그의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온 미국이 떠들석하다.

2000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클로이 김은 13일(한국 시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크에서 금메달을 땄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눈 부신 연기를 펼치며 만점에 가까운 98.25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ABC 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은 이날 클로이 김이 독보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냈다며 극찬했다. ‘골든걸(Golden Girl·ABC)’ ‘미국 스노보드의 센세이션(UPI) ’겨울의 여왕(AOL) 등 그의 기량을 칭찬했다.

클로이 김은 금메달을 딴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을 모두 대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족이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하프파이크 결승 3차 시기를 할머니에게 헌사했다. 1차 시기에서 93.75점을 받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그는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자신의 최고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함께 “내 경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할머니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서울에 사는 할머니는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이날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찾았다.



클로이 김의 성장 배경에는 아버지 김종진(62)씨의 헌신이 있었다. ESPN은 20대 초반 달랑 8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김씨의 스토리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클로이 김은 4세 때 아버지를 따라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아버지 김 씨는 딸이 재능을 보이자 25달러 짜리 스노보드를 사줬다.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양초를 녹여 스노보드에 발라주기도 했다. 김 씨는 하루 6시간씩 차를 운전하면서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 클로이 김이 하프파이프 결승 3차 시기를 하기 전 김 씨가 딸에게 보낸 문자는 ‘이무기(Imugi)’였다. 용띠(2000년)해에 태어난 클로이에게 김 씨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이 되라"고 말해 왔다. 딸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김 씨는 “클로이가 드디어 금으로 만든 여의주를 물었다.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해했다.

13세 때 미국 최연소 스노보드 국가대표에 뽑힌 클로이 김은 월드 스노보드 투어(2014년), 겨울 익스트림게임(2015년)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스노보드 천재 소녀’로 불렸다. 2016년 2월 US 그랑프리에선 여자 선수 최초로 1080도 회전을 잇달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남자선수들이 하는 기술을 구사하는 유일한 여자 선수로 평가받는 클로이는 압도적인 기량 못지 않게 생기 넘치고 발랄한 태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예선전에서는 1차 시기가 끝난 뒤 트위터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올렸다. 그러자 곧 미국인들은 리트윗에서 “클로이에게 무슨 아이스크림을 줘야 하느냐”며 고민에 빠졌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아이스크림이 클로이를 살렸다“는 내용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결승전에서는 3차 시기 순서를 기다리면서 ’아침에 나온 샌드위치를 다 먹지 않은 게 아쉽다. 지금 배가 고프다(Wish I finished my breakfast sandwich...I‘m hangry.)라고 트윗을 했다. NBC 방송사는 다음 날 오전 모닝쇼에 클로이를 게스트로 초대해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 등을 대접했다.

장차 법과 경영을 전공해서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는 게 꿈인 클로이 김은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신경 쓰지 말라. 재미있게 즐기라“는 것을 생활 신조로 삼고 있다. 미국의 여느 틴에이저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부모님의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는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클로이 김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두 나라를 모두 대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며 ”부모님의 나라에서 금메달을 따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oojin1@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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